지난달 원재료 물가가 31% 폭등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소비자물가가 4%에 육박하는 등 '고물가'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3.5%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재 성격의 원재료 가격이 이처럼 급등함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조만간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들이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데다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내년 초 소비자물가는 4% 중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 불안마저 가시화될 경우 '물가불안속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원재료 물가 31% 급등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11월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작년동월 대비 12% 상승,2004년 11월(12.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2.8% 오르며 10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원재료 물가는 작년 같은달에 비해 31% 급등했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운임상승 영향으로 수입농산품 가격이 41.1% 폭등한 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등 수입광산품도 40.7%나 뛰었기 때문이다.

중간재 물가도 석유 및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해 작년 동월에 비해 7.2% 높아졌다.

이에 따라 최종재 물가는 2.9% 상승,2004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엔 수입물가가 18.8% 오르면서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유가격 급등이 수입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60% 이상 기여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 유가는 10월 77.2달러에서 11월 86.8달러로 한 달 만에 1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내년 초 소비자물가 4% 넘을 듯

인플레이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 가공단계별 물가와 수입 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3±0.5%)의 최상단에 도달한 상태다.

여기에다 원재료 및 중간재가격이 오름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도 곡물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따라 이미 일부 기업들이 제품가격에 원재료값 상승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원자재 상승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곡물가격은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콩과 밀의 국제가격이 올해보다 4.5%,8.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폭등세가 지속돼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 콩의 국제가격 상승률은 14.1%,밀은 12.8%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내년에는 수요와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겹치면서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연초에는 지난달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유가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공공서비스 요금이 집중적으로 오르면서 4% 중반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한은은 이달 초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3.5%,하반기 3.1%로 전망(연간 3.3%)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