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WIPI)' 탑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사가 한국 측에 위피 관련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에 이어 RIM사의 블랙베리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나 위피 탑재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이에 RIM사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하고 쿼티 자판(문자배열이 PC와 같은 자판)이 달려 있어 북미와 서유럽에서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이 휴대폰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위피 플랫폼과 호환이 되도록 소프트웨어 등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RIM사는 블랙베리 휴대폰으로 네이트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피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메일 등의 서비스가 캐나다 본사를 통해 이뤄지고,한국 무선인터넷망을 쓰지 않기 때문에 위피 탑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위피가 없는 PDA폰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테리 투할스키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은 "위피 없는 PDA폰도 있는데 블랙베리만 차별한다면 캐나다와 한국 간 비즈니스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캐나다 최고의 제품을 팔 수 없다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캐나다 RIM사가 2년 동안 노력했으나 한국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며 애플 '아이폰'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이동전화 기능이 있고,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휴대폰이라면 당연히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블랙베리가 국내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SK텔레콤 무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지난 5월30일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단말기 제조사에 대해 경고를 했고 이후엔 규정을 위반한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퀄컴은 브루 플랫폼을 위피 규격에 맞게 '위피온 브루'를 개발했고,모토로라도 위피를 탑재해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다"며 "RIM사의 주장은 특정 업체에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인 KT파워텔이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블랙베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가입자는 미미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블랙베리 도입을 추진했으나 사업성이 낮고 위피 탑재 문제 등이 있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