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술시장은 올해의 조정 분위기가 5월까지 이어지다가 경매를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날 전망이다.또 구상작품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가운데 현재 저평가돼 있는 추상화 및 한국화에도 일부 매기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랑대표 미술평론가 등 미술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08년도 미술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침체 분위기가 내년 5~6월쯤에 끝날 것 같다’는 예측과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신중한 입장이 엇갈렸다.새 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미술품 구입층의 확대,신진·중견작가들의 약진,중국 베이징올림픽 등의 호재와 삼성비자금 사건,세계경제 불안,일부 컬렉터들의 투기세력화,아트펀드의 마이너스 수익률 우려 등의 악재가 혼재하며 시장 변동성이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엇갈린 시장전망=전문가들은 국내미술시장이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일부 인기작가 작품값 급락에 따른 최근의 시장 조정기간에 대해선 의견이’엇갈렸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삼성비자금 사건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6월께에는 다시 큰 손 컬렉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에따라 개미 컬렉터들도 매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진수 미술연구소장(강남대 교수) 역시 “일부 인기작가들의 작품값 폭락은 시장이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단기 조정국면으로 봐야한다”며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데다 미국 등 해외 시장 역시 특별한 악재가 없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윤곽이드러나는 내년 4~5월께는 시장이 활기 되찾을 것이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천경자 이우환 김종학 등 인기작가 작품값이 최근 석달새 반토막난 상황에서 삼성비자금사건이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며“아트펀드들 조차 편입 물량을 쏟아내면 조정은 더 길어질 수 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또 정해원 신한은행 잠실PB센터 팀장은 “내년에도 경매가 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하겠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인플레이션 우려와 고유가 등 요인으로 현재의 조정국면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품가격은 보합 안정=내년에는 올해와 같이 급격한 작품가격 상승보다 경매를 중심으로안정세를 유지 할 전망이다.올해 미술시장이 풍부한 유동성으로 상승장을 유지했지만 내년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준모 한국시각정책연구원 원장은 “내년은 큰 틀에서는 ‘큰손’들이 주식 부동산 미술품 등 자산배분관점에서 그림 시장으로 자금유입은 계속되겠지만 올해 같은 작품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동국대 교수)은 “최근 이우환 김종학 등 인기작가 작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며“올해를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경매시장에 1800억원,아트페어에3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리면서 그림값이 많이 오른 만큼 내년에는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습성 때문에 올해처럼 작품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진섭 국제평론가협회 부회장은“현재 국내 그림값이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점 때문에 내년에는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마음편한’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고미술품·추상화에도 매기=전문가들은 국내미술시장에서는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인기작가보다 저평가된 중견,신진 작가와 고미술품,사진작품 투자에 관심을 둘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학고재화랑의 우찬규대표는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컬렉터들은 미술품을 투자목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구상작품을 선호했지만 내년에는 정상화를 비롯해 이영배 한만영 등 추상화 작가,고미술품에도 매기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서정기 골든브릿지자산운용본부장은 “내년에도 구상작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범 변관식 등 저평가된 한국화 및사진작품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