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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건설용사' 전문건설업체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특화된 분야에서 특허를 보유한 업체들이 잇달아 생기는가 하면 물량 위주보다 수익성 우선 수주에 나서는 한편,자체연구소를 설립하고 신공법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업체도 있다.

실제로는 건설공사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건설현장 곳곳을 자신들의 땀방울로 적시면서도 하도급업체라는 이름으로 대형 건설업체에 가려 있던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홀로서기는 '기술' 중심의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다.

실력만큼 인정을 받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신 고품질 건설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과거 연줄을 통해 하도급공사를 따내던 시대는 지났고 이에 따른 부실을 이제는 온정주의로 덮을 수 없다는 인식확산이 그 출발점이다.

FTA 타결을 계기로 전문건설업체들뿐만 아니라 '기술경영'이 총체적인 기업들의 화두가 됐다.

'기술경영'은 공학과 경영을 통합 연결해 기술 중심 기업의 성공을 다루는 학문으로 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밀러 교수가 개설한 강좌로부터 시작됐고 1990년대 들어 미국의 경영대학원 사이에서 확산됐다.

기업의 기술력 수준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술경영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기업들은 기술경영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국방과 우주탐사 분야의 연구 결과가 공개되자 이 기술을 이용해 재빠르게 상품화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미국도 뒤늦게 기술의 효율적인 사업화와 기술 및 지식재산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970~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 간,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의 전략적 경영을 위한 2세대 기술경영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전사적 차원에서 기술경영을 발전시키는 3세대를 지나 2000년대에는 '기술혁신을 주도하던 성공적인 기업이 왜 멸망하느냐'라는 딜레마를 구명하기 위해 파괴적 기술혁신을 다루는 4세대 기술경영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최빈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로 발전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도 '기술'에 있다.

국내에서의 기술경영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으로 연구관리 기법이 도입된 때로부터 출발한다.

그 후 1970년대 중반 대덕연구단지가 건설되고 1980년대 민간기업 연구소와 대형 국책 연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 연구관리ㆍ기술경영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제 기업은 환경변화,특히 급변하는 기술 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갖는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 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미쓰비시의 기술을 도입해 포니를 만들던 현대자동차가 2004년 세타엔진을 개발해 NF쏘나타를 생산하고 이 엔진 설계를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에 5700만달러의 기술이전료를 받고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것은 기술혁신과 기술경영의 승리였다.

산요의 기술을 들여와 선풍기 조립으로 시작했던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비(非)메모리 제품을 포함한 전체 반도체 분야에서 2위를 달리는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도 효과적인 기술학습과 기술경영의 산물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증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술의 획득,관리,활용을 다루는 전략적 기술경영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종업원 교육을 외부에 의뢰할 때 항상 기술경영 과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기술경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소기업도 전사적 차원의 기술경영과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유쾌한 반란'을 꾀해야 할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