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초보 펀드 투자자를 위한 재간접펀드란 것이 등장했다.

수많은 펀드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투자자들을 위해 운용사가 알아서 유망 펀드로만 재구성해 투자해 주는 이른바 펀드오브펀드(FOF)로 초창기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특정 펀드에 '몰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투자로 회피하고 높은 수익성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관련 펀드들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안정 고수익 장담' 재간접펀드 1년 결산해보니…
◆재간접펀드의 1년 성과

1년이 지난 후 이들 펀드의 성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평균 이하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재간접펀드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모두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49.46%인 데 비해 대표적인 재간접펀드인 '한국국민의힘주식재간접K-1'은 36.80%에 그치고 있다.

6개월 미만 단기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주식형펀드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5.29%지만 재간접펀드 중 6개월 수익률이 가장 앞서는 '신한BNPP직장인플랜주식재간접(자)클래스C1'조차 12.06%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국내 재간접펀드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모두 5%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국내 재간접펀드보다 더 인기를 끌었던 해외 재간접펀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외 펀드 가운데 올해 가장 인기가 높았던 중국 재간접펀드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은 대부분 60∼70%대지만 같은 기간 중국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84.34%로 이보다 높다.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하나UBS차이나포커스해외주식자'의 1년 수익률은 중국펀드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낮고 'KB차이나포커스주식형재간접 클래스-A'는 20%포인트나 낮다.

6개월 미만 단기 수익률에서도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재간접펀드는 거의 없다.

일종의 재간접펀드 성격을 가지는 'KODEX차이나 H' 상장지수펀드(ETF)만 1개월 수익률에서 중국펀드 수익률을 앞섰다.

◆재간접펀드 부진 이유

유망 펀드에만 분산투자했다는데 일반 펀드들의 수익률 평균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간단하다.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평균 이하인 펀드 위주로만 분산투자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간접펀드 대다수가 올해 수익률 상위를 휩쓸었던 미래에셋 관련 펀드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미래에셋 펀드를 편입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보통 재간접펀드 운용사는 주식형펀드 운용사에 별도로 수수료가 싼 기관 전용 'I'나 'W' 클래스펀드 설정을 요청해 편입하는데 미래에셋은 개인 위주의 펀드에 집중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관용 펀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재간접펀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펀드 가운데 올 들어 수익률 상위권을 미래에셋 관련 펀드들이 휩쓸고 있지만 중국 재간접펀드는 이들 미래에셋 중국펀드를 편입할 수 없었다.

정태진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미래에셋 펀드들의 수익률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경우 재간접펀드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