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안겨준 펀드를 꼽으라면 아마도 해외 리츠펀드가 단연 수위를 차지할 것이다.

일본 펀드나 물 펀드 등도 투자자들에게 '물'을 먹였지만,관심도나 실제 돈이 몰린 규모에 비하면 리츠펀드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발상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실망이 극도에 달했을 때가 어찌보면 가장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 될 수도 있는 법.다시 말해 리츠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이 오히려 관심을 가질 만한 적기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자산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아시아 리츠펀드 등은 내년 전망이 좋은 만큼 글로벌 분산투자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시 일부 리츠펀드를 적극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수익률에 현혹된 리츠 투자자

올해 초 쏟아졌던 해외 리츠펀드들이 내세웠던 광고 문안 중 하나가 바로 '과거 3년간 연평균 수익률 30%'였다.

투자자들은 이 광고에 현혹돼 너도나도 리츠펀드로 몰려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 활황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흐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만큼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인 리츠펀드는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이 부각되며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인식됐다.

수탁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연초 1조원 대이던 수탁액은 불과 5개월여 만에 6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미국 주택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까지 터지면서 리츠펀드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망한 투자자들의 환매가 이어졌고 수탁액은 현재 2조원대로 급감한 상태다.

◆아시아 리츠상품 매력 커져

전문가들은 올해 대부분의 리츠펀드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내년엔 지역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별 투자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글로벌리츠펀드는 미국 주택경기 부진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수익률 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는 시점 이후로 투자 시점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비해 아시아 리츠펀드는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상태다.

김태훈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리츠가 연초부터 조정받은 데 비해 아시아 리츠는 서브프라임 이후 뒤늦게 조정받기 시작해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무려 30% 하락했지만 이후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 리츠펀드의 주요 투자지역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내년에도 지속적인 자산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기존 투자자는 보유가 바람직하며 신규 투자자는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 아시아 리츠펀드를 편입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일본의 J리츠펀드는 최근 조정에 따른 하방경직성을 갖추긴 했으나 선진국 리츠펀드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