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감독위원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금융회사들이 (금감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담합했더라도 행정지도에 법적 근거가 없을 경우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권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위 청사에서 가진 직원 대상 교차 강연에서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는 따를 필요가 없으며 이를 빌미로 가격 담합을 했을 땐 예외없이 처벌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공정위 담합조사와 관련해 금감위나 금감원의 행정지도를 들어 억울함을 호소한 것에 대해 '법적 인가권'만 행정지도로 보고 '사실상의 감독권'은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김용덕 금감위원장이 지난주 공정위 직원 대상 강연에서 카드 사태 등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쟁 촉진으로 발생한 '시장의 실패'를 강조한 것에 대해 "규제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정부의 실패'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한편 공정위와 규제당국 간 역할 설정에 대해 권 위원장은 "기업결합과 담합은 공정위가 전담하는 분야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불공정거래 행위와 약관 및 표시광고,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은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목적 달성의 효율성,피규제자의 권익 보호 및 편의 증진,소비자 권익 보호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할 분담의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경쟁당국은 전 산업에 걸친 일반적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를 담당하고 규제당국은 해당 산업의 특수한 사항을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