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9일 공개한 '기업 주도의 대학평가 방안'이 내년부터 도입되면 그동안 대학교육과 기업수요 간 '미스매치(불일치)'가 크게 해소되고,대학 교육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학들도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지 못할 경우 신입생 충원은 물론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따내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008년 상반기 중 예비평가

이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대교협과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까지 업종별 직무 단위와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을 끝내고 현재 업종별로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면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확정해 내년 상반기 중 예비평가를 벌인다.

최종 평가방안은 예비평가 직후 확정되며 실제평가는 내년 하반기에 이뤄진다.

대교협 관계자는 "일본도 2002년부터 5년간 기업이 주도하는 대학평가를 도입해 '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Skill Mismatch)'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했다"며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평가를 전담한 일본의 평가모델을 보완,발전시켜 '한국형 대학평가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직무 역량 평가가 중심

기업이 주도하는 대학평가는 인재배출 기여도,지식창출,사회환원 등 3가지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인재배출 기여도 분야의 전문직무 역량 평가다.

이 평가는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따진다.

예를 들어 A대학 건축학과가 기업의 수요가 많은 건축재료역학 대신 수요가 거의 없는 공학시스템 설계만 집중적으로 지도했다면 이 대학은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에 대한 설문조사,대학의 기업 실무자 출신 교수의 비중,인턴십 등 현장실습 교육활동의 빈도,졸업생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도 인재배출 기여도 부문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지식창출 분야에서는 산학협력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기업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활동의 건수가 많고 특허등록 실적이 높은 대학이 높은 점수를 얻는다.

사회환원 분야에서는 기업으로의 기술이전,대학기업의 창업 등과 관련된 실적 등이 평가대상이다.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 클 듯

대교협은 기존에도 자체적으로 학문 분야별 대학평가와 종합평가를 해왔지만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대학 연합체가 대학을 평가한다는 점이 대교협 평가의 한계로 작용했던 것.서울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평가의 신뢰도를 문제삼아 아예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대학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최우수등급을 받은 대학 3~10개가량을 묶어서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도 평가의 '약발'을 떨어트린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업의 관점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대한상의나 경총의 인사들이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자문위원 자격이어서 기업의 시각이 반영되기 어려웠다.

기업이 중심이 된 이번 평가는 기존 평가와 큰 차이가 있다.

대교협이 평가에 참여하긴 하지만 사무국 정도의 역할만 담당하고 실제평가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주관한다.

평가모델도 기업 수요 중심에 맞춰져 있다.

대학 학과별 순위가 발표된다는 점도 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