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국내파 지도자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선을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6일 소속팀 잔류를 선언한 마이클 매카시(48.아일랜드) 울버햄프턴 감독에 이어 사령탑 후보로 유일하게 남아있던 제라르 울리에(60.프랑스)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이사의 한국행마저 무산되자 국내파 지도자를 차기 감독에 선임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대표팀 지휘봉을 우리 쪽에 주는 걸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현재로선 국내 지도자가 다음 월드컵 예선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2000년 11월 그만둔 허정무 감독에 이어 7년 만에 A대표팀에서 국내 사령탑 체제가 열리게 된다.

그동안 김호곤(현 대한축구협회 전무), 박성화(현 올림픽대표팀 감독) 감독 등이 임시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지만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이후에는 외국인 지도자들이 국가대표 감독직을 독식해왔다.

특히 현재 국내파 감독 중에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현역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 조광래 경남FC 감독까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소속 구단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대표팀 사령탑과 관련한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일제히 부인했다.

클럽팀 소속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올 경우 소속 클럽의 사전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K-리그 14개 구단 사령탑은 조광래, 황선홍 감독 등의 영입으로 인선이 완료된 상태다.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성화 감독의 경우 내년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매진하라는 이유로 후보군 인선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축구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이날 오후 "울리에 감독과 최종협상을 벌인 결과 프랑스축구협회와 가족의 반대로 계약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며 "기술위원회가 협상 결렬에 대비해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국장은 "울리에 감독의 경우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관심이 커서 계약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막판 프랑스축구협회의 반대뿐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가족들의 반대가 예상외로 컸다"며 "매카시 감독 역시 계약 직전 소속 구단의 반대가 심해 결국 팀 잔류를 선택하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믿었던 두 후보를 한꺼번에 잃은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으로 정해놓은 국내파 사령탑 파일을 활용해 후임 감독 선임절차를 계속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이영호 기자 oakchul@yna.co.kr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