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발 복서'의 인생 역전이 화제다.

주인공은 일본 슈퍼 페더급 랭킹 12위인 고구치 마사유키(30).20대에 머리가 빠지는 바람에 가발을 쓴 그는 직장에 다니는 틈틈이 링에 올라 챔피언이 되는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일대 전환점을 맞은 건 2005년 12월13일.같은 체육관 선배의 은퇴경기 오픈매치에 나섰다가 경기 도중 가발이 벗겨졌고,이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창피를 당한 건 물론 '슈즈와 트렁크,낭심 보호대 외에는 착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다행히 일본복싱위원회(JBC)는 "악의가 없다"며 예외를 인정했지만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부업을 엄격하게 금지해온 회사가 이 일로 고구치의 '복싱 부업'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직장에서 해고당한 것.가발 때문에 졸지에 실업자가 돼 버렸다.

그런데 엉뚱한 행운이 찾아왔다.

이런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가발과 발모제 회사의 광고 출연 문의가 쇄도했다.

게다가 직장 걱정없이 복싱에만 매진한 덕분에 연승 행진을 벌이게 됐고,지난 10월22일에는 일본랭킹 12위에 올랐다.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광고 출연을 위해 바른 발모제 덕분에 고구치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유명 스타로 돈을 잘 버는 데다 머리카락까지 자란 그에겐 지방 미인대회 출신의 애인까지 생겼다.

4일 일본 스포츠 전문지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고구치는 3일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8회전 논타이틀 매치에서 엔도 도모야(34)를 5회 TKO로 물리치고 9연승을 기록했다.

통산전적은 16승(6KO)4패2무.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자란 고구치는 이날 '가발 사건 2주년 기념 대결'에서도 레게 스타일 가발을 쓰고 링에 올랐다.

발모제 회사 사장은 "고구치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며 아파트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