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대표인 K사장은 요즘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실적이 괜찮은 편인데도 주가가 최근 4개월 새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주주총회 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K사장은 친한 사람을 만날 때면 "우리 주가 좀 올려줘"라고 말하기 일쑤다.

CJ인터넷의 경우엔 "황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PC방 1위 게임 '서든어택'과 올해의 히트 게임 '완미세계'의 호조로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도 8월 초 2만69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4개월째 떨어졌다.

최근에는 심리적 저항선인 1만5000원마저 무너졌다.

잘나간다는 CJ인터넷이 이러니 다른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웹젠 주가는 4년 새 94%나 떨어졌다.

2003년 10월 16만원을 찍은 후 속절없이 떨어져 지난달엔 9000원 선까지 깨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신작 '아이온'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한국 게임업체들은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으로 엔씨소프트가 14배,CJ인터넷이 10배에 불과하다.

반면 매출이 엔씨소프트보다 적은 중국 샨다는 PER가 23배,왕이는 16배나 된다.

게임업체 주가가 끝없이 떨어지고 중국 업체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은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PC방 등록제 도입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력이 떨어졌다.

대박 게임으로 깜짝 놀랄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사라졌다.

박재석 삼성증권 인터넷팀장은 "최근 1년간 게임주의 흐름을 보면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 자체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불확실성을 줄이지 못한다면 게임주 저평가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