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시절 친시장적인 법률 서비스를 강조했던 김성호 전 법무장관이 '행복세상'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가꾸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9월 초 "대장부의 기개로 국가와 사회에 더욱 헌신하고자 노력하겠다"는 퇴임사를 남기고 장관직을 그만둔 지 3개월 만이다.

김 전 장관은 소신있는 친시장경제 발언으로 1년 재임 기간 내내 청와대로부터 '눈총'을 받다가 물러났다.

때문에 법조계 주변에서는 퇴임 후 곧바로 정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전직 법무장관이나 검찰 고위 인사들처럼 변호사로 변신,대형 로펌의 고문으로 추대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을 깬 공익활동이 장관 퇴임 후 그의 첫 대외행보다.

김 전 장관이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 행복세상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창립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재단법인 발기인으로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명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전 검찰총장),이희범 대한무역협회 회장(전 산업자원부 장관),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로만손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김 전 장관은 이날 기자를 만나 "장관 재직 시절 기업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경제현실과 법 불일치를 고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 "이라고 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인간이 행복을 마음껏 추구하고 누리는 세상을 만들자면 법치 경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의 확립,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사회적 약자 보호→사회적 자본 확충→국가 경쟁력 강화→행복세상을 달성한다는 것이 그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행복세상은 이를 위해 △사회적 자본 향상 캠페인 △법치주의적 노사문화 정착 △경제규제 법령 혁파 △투명경영,투자촉진 기초 환경 조성 △선진경제법령 해설 △국제기구 교류 협력 △국민안전망 구축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김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친시장경제' 행보와 소신 발언으로 재계로부터 유례없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과거의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은 형사처벌에서 면제해주는 정책을 내놓았고,"재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이중대표소송은 정도가 아니다"며 상법개정안을 다시 손보도록 하는 등 소신있는 정책을 펼쳐 나갔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제로 톨로런스)을 처음 도입한 것도 김 전 장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친시장경제 행보 때문에 참여정부의 핵심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면서 1년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퇴임사에서조차 "우리 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한 공적은 정당하게 평가돼야 한다.

기업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체구는 작지만 소신 있고 결단력 있다는 의미에서 나폴레옹에 빗대어 '김폴레옹'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