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들먹거리면서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5% 올라 2004년 10월 이후 3년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반영된 것으로 당분간 오름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수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국내 물가의 오름폭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생활물가 급등..서민부담 가중

체감물가와 명목물가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만든 각종 특수분류 지수를 보면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4.9%나 상승, 2005년 2월(4.9%)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생선류.채소류.과실류 등 신선식품 상승률은 10월 11.6%로 2004년 8월의 22.9% 이후 3년 2개월만에 가장 많이 오른데 이어 11월에도 10.8% 상승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것은 9월 태풍과 많은 강우 이후 출하 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데다, 원유.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상승률 상위에 오른 품목을 살펴보면 배추(213.3%), 양상추(171.4%), 무(114.5%), 파(89.7%) 등 채소류와 금반지(27.4%), 경유(17.6%), 휘발유(13.4%)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버스 등 지방공공요금의 인상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3.4% 상승했고, 개인서비스 요금 역시 3.2% 오르면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중국 인플레이션 등 대외 여건도 불안

높은 국제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곡물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물가 상승의 여파가 국내 물가를 들먹거리게 만들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작년동월대비 7.8% 올라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11월 소비자물가 역시 3년1개월래 최대로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3%대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8월부터 6%대로 급등했고 10월 상승률은 6.5%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주로 식료품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자물가도 오르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물가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입의 18%를 차지하는 중국의 물가가 오르면 덩달아 국내 물가도 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대중국 수입제품의 가격효과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중 수입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해 국내 물가관리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서민생활.경제에 먹구름 끼나

이처럼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물가관리에 다급한 모습이다.

재정경제부는 3일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및 대응방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3%대의 상승률을 보일 전망"이라며 "공공요금과 농축수산물 가격은 중점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중앙공공요금의 원가상승 요인은 공기업의 비용절감과 경영개선노력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고 수도.가스.대중교통 등 지방공공요금도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인상시기를 분산할 방침이다.

다만 재경부는 유가의 경우 유류세를 낮추지 않고 국제유가 상승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시장원리에 의한 수급조절을 추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요금과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고는 물가 상승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결국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등 신흥국가의 원자재 수요 급증, 달러화 약세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한 바 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은 지난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중국경제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물가압력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박대한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