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필립스코리아 직원들은 점심시간 때마다 모든 층의 불을 일일이 끈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자는 차원이다.

회사 안팎의 모든 행사에서 종이컵도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 9월엔 '에코비전'이란 글로벌 전략을 발표해 환경보전과 사회공헌을 더욱 강조키로 했다.

이 회사의 민지선 과장은 "다른 IT회사에 근무하다 필립스코리아로 옮긴 후 처음 느낀 문화적 충격이 바로 회사의 친환경성 강조"라며 "이같은 환경 친화적인 경영 기조는 국내 지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필립스 네트워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몽골 사막화 방지 사업에 이어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나무심기에 나선 것도 환경보전이란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수 년 전까지 재무성과 지표에만 초점을 맞추던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사회공헌과 환경보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 안팎에서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는 요즈음 이 같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비윤리적 사건이나 인권 문제,잠재적 환경파괴 요인들은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재무적 성과 이외의 환경·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은 앞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비재무적인 성과를 기업의 핵심 전략과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CSR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 사이에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충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주며 이해 관계자들에게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면서 "CSR 등 비재무적인 영역을 포함한 모든 방면에서 기업 성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 경영을 어떻게 추진하고,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이해 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한다.

지역사회 발전이나 환경 보전,신에너지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시작 단계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을 운영해 나갈 경영진과 전담부서를 제대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상호 기능보완이 가능한 팀을 설치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사회와 임원들의 지원을 구하고 활동적인 연관 조직을 구성한다.

다음으로는 단계적인 실행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각 과정을 이행하는 순서다.

각 단계에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방향 설정을 명확하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정보 제공자와의 원활하고 지속적인 교류야말로 지속가능 경영의 원동력이다.

지속가능 경영이 궤도 위에 오른 기업들은 비즈니스 기회 및 위기,이해 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해온 상당수 기업들은 CSR 강화를 통해 얻은 이익이 상상 외로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공헌이 큰 기업들의 재무적인 성과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라르드 클라이스터리 필립스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위대한 변화는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우리 모두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저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자.성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루는 기업이 끝까지 성공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직원 고객 주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