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글로벌시장 플레이어 역할에도 주목

김대호ㆍ이봉석ㆍ고현실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가 내년에도 지속되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2005년부터 계속된 외인들의 매도세는 내년에도 변함이 없겠지만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 연기금의 주식비중 확대 등이 외국인의 매각에 따른 시장충격을 흡수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국증시의 조정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매력과 오일머니, 차이나달러, 국부펀드 등 다양해진 '글로벌 금융시장 플레이어'의 등장이라는 변수가 국내 증시에 어떤 역할을 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外人 순매도 최대 13조원..영향은 제한적 =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증시에 대해 '팔자'에 나선 외국인의 올해 순매도 규모는 11월30일 현재 22조6천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11조5천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지분율 감소와 매도 패턴은 원.달러 환율, 유가, 금리 등 글로벌 매크로변수의 상황이 우호적이지 못한 관계로 2008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누적된 13조원의 외국인 순매수액도 내년에는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의 부실자산 상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불안요인이 발생할 경우 외인들은 선진 증시보다 보통 이머징마켓의 보유지분을 먼저 처분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해가 갈수록 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과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자금사정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8년에도 외국인 매도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인들의 매도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올해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증시 전망 자료에서 " 외국인의 매도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투신을 비롯한 기관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한 외국인 매도는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팀장도 "증시로 시중자금의 유입 지속과 연기금의 주식비중 확대(국민연금 13조원 추정)가 외국인 보유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충격을 흡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시 조정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될까 = 최근 지수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모건스탠리 박찬익 상무는 "최근 지수 조정을 통해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으며, 한국 경제는 중국이 주요 수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미국경제 둔화에 영향을 덜 받게 됐다"면서 "기존 성장주에 치우쳤던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글로벌 및 중국 자본 지출의 수혜와 관련있는 한국의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여타 고성장 국가와 비교한 한국시장의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더라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2004년 대비 10%포인트나 감소한 상황이다.

주식시장에서 모멘텀이 크고 싸다는 것만큼 강력한 호재는 없다는 점에서 2008년 중에 한국증시에 대한 글로벌 유동성의 관심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의 밸류에이션 매력만으로 외국인 매수가 대규모로 유입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부담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바이 코리아'보다는 여타 이머징마켓이나 아시아 시장과의 동반 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해진 글로벌 마켓 플레이어 역할에 주목 =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헤지펀드, 사모펀드, 오일머니, 차이나달러, 국부펀드 등 새로운 자금 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심의 뮤추얼펀드, 연기금, 보험사 등이 글로벌 마켓에서 '큰 손' 역할을 주로 담당해왔다.

김성주 연구원은 "전세계 60개국 320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는 국제금융기구(IIF) 집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주식투자 규모는 540억달러로 올해 522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할 전망"이라며 "한국도 글로벌 유동성 재분배 과정에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은 "차이나달러와 오일머니는 외국인 매도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 자금에 비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지만 앞으로 대규모 자금이 국내증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daeho@yna.co.kranfour@yna.co.krkothats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