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전이 시작된 지 1주일 가까이 되면서 후보들이 각기 다른 난관을 만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조금만 무리하면 잠겨버리는 목소리가 문제고,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바뀐 유세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돈가뭄' 때문에 유세차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목소리가 자주 쉬는 것은 기관지가 약해서라고 한다.

목청을 크게 하거나 감기가 걸리면 그의 목소리는 금방 달라진다.

경선 때부터 각종 토론회나 연설을 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달 21일 KBS 토론회 때 "감기가 걸려서"라며 쉰 목소리에 대한 양해를 구했고,27일 서울역 앞 첫 유세 때도 목소리가 탁했다.

29일 '대·중소기업 새로운 패러다임'주제의 1시간30분짜리 특강에선 목청을 여러 차례 가다듬었다.

지금은 다소 호전됐지만,유세 일정이 '살인적'이어서 언제 또 나빠질지 몰라 측근들은 우려하고 있다.

목소리가 쉬면 전달력이 떨어져 유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하는 대신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부인 김윤옥씨가 매일 생강과 대추,배를 함께 넣어 달인 것을 보온병에 넣어주고 있다.

당 경선 과정에선 기관지에 좋다는 살구씨 기름을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 후보는 방송 앵커 출신으로 대중 연설에 강하다.

높은 억양과 큰 목소리,격정적인 제스쳐 등 청중들을 사로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그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유세 스타일을 바꿨다.

기존 연설 방식이 유권자에게 사나운 '싸움닭'처럼 보여져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족행복'과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웅변'을 포기하고 부드럽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써오던 말투를 쉽게 고치지 못해 연설이 중간중간 끊겨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유세 첫머리는 대화로 시작하지만 끝맺을 때가 되면 다시 연설투로 돌아오기 일쑤다.

특히 정 후보의 화려한 연설을 현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 나왔던 유권자들은 대화투의 연설에 오히려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회창 후보는 무소속이라서 선거법상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후원회를 조직해 돈을 모금하는 것도 안 된다.

캠프 살림살이를 도맡은 이흥주 홍보팀장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돈가뭄은 당장 유세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출정식 때 유세차량의 음향장비비용 10억원을 내지 못해 1대만 겨우 조달했다.

당초 계약한 유세차량은 총 101대.지난 주말에야 가까스로 40대가 운행 중이다.

후보 차량은 1시간에 한 번 스피커가 고장난다고 해서 '원-스톱'이라 불린다.

캠프 내에선 은행 대출이나 국민들에게 돈을 빌려 대선 이후 돌려주는 방안도 논의했다.

유효투표의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관위를 통해 합법적으로 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영식/강동균/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