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SK그룹의 M&A(인수·합병)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SKC는 30일 반도체 장비업체인 솔믹스를 인수한다고 밝혔으며, 전날에는 SK네트웍스는 의류업체인 오브제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SKC의 지분 44.19%를, SK네트웍스의 지분 40.59%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30일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재벌답게 고비마다 알짜 기업을 인수하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K그룹은 M&A를 추진하면서 '말바꾸기' 나 사전 재료노출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빚는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 SK텔레콤의 말바꾸기

SK텔레콤은 이달 중순 스프린트넥스텔 측에 기술·네트워크·지분 투자 등의 부분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지난 7월10일과 26일 조회공시를 통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추진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한바 있다.

결국 4달여만에 의사를 뒤집은 것.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인수얘기가 불거질 때마나 '관심없다', '예정없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달 25일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가진 컨퍼런스콜에도 "유선시장 진출에 대한 의문이며 관심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름정도 지난 9일에는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밝힌데 이어 14일에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편 SK케미칼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제약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인수대상자로 추측되는 제약주들의 주가가 출렁거렸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SK케미칼은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한국베링거잉겔하임의 청주 공장을 인수했고, 지난 2000년 SK케미칼이 100%(10억원) 출자해 설립한 인투젠을 인수한 데 그쳤다.

▲ 깜짝 인수? 재료노출?

SKC와 SK네트웍스의 솔믹스 및 오브제 인수는 공시를 통해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그러나 시장에는 인수합병 재료가 진작부터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스러운 모습들이 감지됐다.

오브제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량이 평소 1만~2만여주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 27일부터 거래량이 급격히 몰리면서 'SK네트웍스 인수설'이 불거져 나왔다.

이 때문인지 지난 29일 SK네트웍스의 거래량은 86만주, 상승세는 8.62%에 달했다. 인수를 발표한 30일에는 SK네트웍스는 전날보다 거래량이 150% 가량 늘면서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SK네트웍스측은 "패션 사업 확장을 위해 코스닥 상장 기업인 오브제의 지분 54.11%(562만8928주)를 500억원에 취득하고 흡수 합병키로 했다"면서 합병비율은 SK네트웍스 1주당 오브제 0.2482366주라고 공시했다.

SKC의 소재회사 인수 얘기는 지난달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C의 인수얘기가 돌면서 일부종목들의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었고, SKC의 주가도 인수설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솔믹스도 이미 29일 거래량이 4배 증가하고, 상한가까지 치솟자 "어떤 업체가 인수를 하느냐"가 아니라 "SKC의 인수가 사실이냐"에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솔믹스는 327억원 가량의 자금 조달을 위해 SKC와 한미에셋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밝혔다. 발행 신주는 400만주로 SKC와 한미에셋이 각각 350만주와 50만주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신주의 발행가액은 할인율 10%가 적용된 8190원이며, 납입일은 내년 1월 18일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솔믹스의 최대주주는 SKC로 지분 28.18%를 확보하게 된다.

SKC는 30일 전날대비 10.09% 올랐고, 거래량은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