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윤리, 친환경 경영에서는 명품 값을 못하고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29일 '사치의 깊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0개 명품 브랜드의 2006년도 환경, 사회, 관리 점수를 매긴 결과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불가리와 토즈가 가장 나쁜 점수인 F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핸드백과 신발로 유방한 토즈는 100점 만점에 34.9점, 보석ㆍ액세서리로 유명한 불가리는 37.6점을 각각 받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전했다.

구치와 푸마 브랜드를 소유한 PPR, 스위스 시계ㆍ보석 브랜드인 스워치와 리치몬트도 50점대인 D밖에 받지 못했다.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브랜드는 프랑스의 로레알, 에르메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였지만, 모두 C+ 점수를 받은 데 불과했다.

일례로 푸마 브랜드를 가진 PPR은 과거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개도국 노동자 착취 문제가 비판을 받은 후 근로조건을 많이 개선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즈는 WWF의 의뢰로 기업들을 평가한 윤리적투자조사서비스의 설문에 아예 응답을 하지 않았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WWF의 앤서니 클린수스는 "어떤 브랜드도 C+ 이상 점수를 받지 못해 놀랐다"며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환경 파괴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신흥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자기 만족에 빠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명품업체들은 사람들이 이런 식 질문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뉴욕의 럭셔리연구소가 950명의 고소득층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57%는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경영을 하는 브랜드에 고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70%는 우수한 환경실적을 가진 브랜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