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외부에서 소비자원을 바라봤을 때 답답했어요.

내부에서만 왔다갔다하는 조직이라는 느낌도 받았고 때로 '뭐하는 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하지만 들어와서 보니 변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요."

지난 19일로 취임 2개월을 맞은 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59)은 소비자원이 전문 분쟁조정 기관인 동시에 각종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가공ㆍ전달하는 '소비자 데이터 허브'로 시동을 걸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대학원 이후 30여 년째 '소비자' 분야라는 한우물만 파 온 소비자 전문가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가 당시 생소했던 소비자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지도 교수께서 소비자 분야는 20년 후에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죠."

박 원장은 줄곧 대학 강단에 서 오다가 1990년대 후반 현장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소비자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비정부기구(NGO)인 고양 녹색소비자연대를 거쳐 2002년부터 녹색소비자연대 공동 대표를 맡는 등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박 원장은 소비자원의 업무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직접적인 제품 상담과 애프터서비스 문의 같은 1차적인 서비스는 민간 소비자단체 및 기업체와의 업무 분산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소비자원은 2차적인 피해 구제 및 집단분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원이 종합 정보망이 돼 미국 컨슈머 리포트처럼 다양한 소비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틀을 다져 나가겠다는 얘기다.

기업체와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모두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기업체와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요.

기업체는 언제든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기업이 있어야 소비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유독 '똑똑한 소비자'라는 말을 많이 쓴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야 시장이 바로 섭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제대로 된 제품 선정으로 이어져야 관련 기업은 신바람이 나 더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