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5일 "BBK 사건에 대한 사법적 공방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서울 서초동 상황실에서 완전 철수한 가운데 검찰도 일단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41)에 대해 횡령 혐의를 우선 적용해 12월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BBK사건의 종결을 선언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준비를 하고자 한다"면서 사법적 무대응을 공식화했다.

홍 위원장은 "(BBK 검찰 수사) 결과가 다음 달 5일쯤 발표될 것으로 본다"면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맞느냐,틀리느냐의 사법적 공방을 계속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사결과 발표가 곧 나오기 때문에 사법적 공방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BBK사건은 추가 소환도 없는 것 같고 해서 서초동 상황실도 오늘부로 철수한다"며 "더이상 (BBK) 공방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위원장의 '사전 차단'에도 불구하고 한글 이면계약서와 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대선 후보 도장의 위조 여부를 놓고 당분간 정치적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보고 김씨에 대한 구속 기한을 12월5일까지로 늘리되 발표 시 횡령 혐의만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 조작에 공모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을 이 후보가 지시했는지와 BBK 소유 여부는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했다.

BBK 소유 여부는 엄밀하게 따지면 이 후보가 주가 조작에 연루된 '정황증거'일 뿐이라는 얘기다.

수사의 핵심은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 조작에 공모했는지를 밝혀줄 물증 확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후보가 김씨와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거나 주가 조작의 결과물인 이익을 나눠가졌다는 증거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것.

그런데도 당장 수사의 단서가 될 '제대로 된' 증거물조차 없다는 점이 검찰의 고민이다.

김씨 모친은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한다며 이른바 이면계약서 원본 4건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경준씨가 제출한 이른바 이면계약서에 있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이 후보의 도장이 찍힌 LK-e뱅크의 인감관리대장을 확보해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검찰은 취재진에 대검 문서감정실을 공개했다.

이면계약서상의 이 후보 도장의 진위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병일/이준혁/문혜정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