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면적의 약 10배.인구 2억2000만여명.인도차이나반도는 인도와 차이나(중국)라는 두 대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다고 해서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곳엔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의 힘겨운 신세를 뜻하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없다.

오히려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대국 사이에서 저렴한 인건비와 지리적 장점을 내세우며 차세대 아시아 경제의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는 세계 1,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보다 인건비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일본무역진흥기구 등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단순 노무직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172~301달러 정도.인도는 105~239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 5개국의 평균 인건비는 중국과 인도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라오스나 캄보디아의 경우 단순 노무직 월급이 30~40달러 수준으로 중국과 인도의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 선전경제특구의 경우 최근 3년간 임금이 70%가량 올랐다.

'리틀 차이나'라 불리며 경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베트남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또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소득세율이 내년 초부터는 통일돼 기존 외국 자본에 혜택을 주던 세제도 폐지된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새로운 노동법이 제정돼 내년부터는 근로자의 권리도 강화된다.

최근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수출할 때 되돌려받는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도 줄어들었다.

더 이상 중국이 '비즈니스 천국'이 아니란 얘기다.

그 대안으로 인도차이나반도가 각광받고 있다.홍콩이나 중국 남부 지역에 거점을 두었던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겨 중국 시장으로 역수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베트남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1번 국도가 중국 광둥성과 광시장족자치구까지 이어지며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도차이나반도는 지리적 장점도 뛰어나다.

인도의 경우 중동,아프리카 등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동북아시아 지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인도는 공장 용지가 부족하고 각종 세제가 매우 복잡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도차이나반도는 동북아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중국이나 인도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메콩강을 가로질러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잇는 '제2 메콩국제교'는 물류망 개선의 신기원을 이뤘다.

최근엔 무역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 5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2010년께 지역 간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태국은 인도와 FTA를 체결,전자제품 등을 저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발빠른 일본 전자제품 회사들은 최근 이를 활용,태국을 거점으로 인도에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인도차이나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베트남에선 해외 기업들의 진출 러시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공업단지는 부품 기업과 완성품 기업 간의 집적도가 약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보다 임금이 싸고 인도보다 인프라와 지리적 면에서 장점을 지닌 인도차이나반도가 새로운 아시아 경제블록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는 친디아(중국+인도) 투자 일변도에서 탈피해 인도차이나로 시야를 넓힐 때"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