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정찬(正餐) 자리가 많아졌다.

풀 코스의 식사 자리에서 와인을 곁들일 경우 레드 와인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강한 맛이 특징인 한국 음식과 궁합이 더 잘 맞는 화이트 와인도 한두 개쯤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레드 와인은 오래 숙성시키고,화이트 와인은 신선할 때 마신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샤토 라투르' 같은 보르도의 특급 레드 와인들은 100여 년이 지나도 힘과 맛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30년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명품'이 적지 않다.

프랑스 소테른 지방의 '샤토 디켐',부르고뉴산(産) '몽라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와인은 값이 워낙 비싸 구하기 어렵다.

'하임부르그(Heimbourg)' 등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와인들은 이런 점에서 일반 대중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기 숙성용 화이트 와인으로 꼽힌다.

장기 숙성은 와인의 기본 재료인 포도가 시간을 견뎌낼 힘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레드 와인 중에선 카베르네 쇼비뇽이 대표적인 품종이고,화이트 와인 중에선 리즐링과 게부르츠트라미너를 꼽을 수 있다.

옛 독일 땅이었던 알자스 지방은 장기 숙성에 적합한 두 청포도의 주요 산지다.

알자스 와인 중에서도 최고급은 'VT(Vendange Tardives·늦게 수확했다는 의미)' 혹은 '셀렉시옹 드 그랭 노블(Selection de Grains nobles)'이란 표시가 붙어 있다.

'VT'는 일반 포도보다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하며,'셀렉시옹 드 그랭 노블'은 귀부병(貴腐病)에 걸린 포도로 생산한 와인을 뜻한다.

포도를 겨울쯤 수확하면 포도 겉면에 곰팡이가 생기는데 이를 귀부라 하며,이 곰팡이가 고급 화이트 와인 특유의 단내를 만들어 낸다.

풍부한 당분은 장기 숙성을 가능케 하는 힘이기도 하다.

알자스의 유명한 도멘(와인 제조업체)으로는 진트 훔브레히트(Zind Humbrecht)를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꼽히는 로버트 파커는 현 소유주이자 와인 메이커인 올리버 훔브레히트에 대해 '프랑스의 유일한 와인 마스터(wine master)'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게부르츠트라미너 헤렌웩 드 투카임'이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석의 기내용 와인으로 지정돼 있다.

대표 제품은 '하임부르그 VT'로 입안 가득히 짙게 깔리는 꽃 내음과 과일 향이 특징이다.

가장 대중적인 상품은 '진트 원'이다.

시중 가격은 '하임부르그 VT'가 18만원이고 가장 대중적인 '진트 원'은 6만3000원.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