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생산지원팀 김상윤 기원(56)은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주말마다 거제도 계룡산에 오른다.

시원하게 펼쳐진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창공을 날면 한 주 동안 쌓였던 피로가 단숨에 사라진다.

울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방어진공원골프연습장은 매일 저녁 퇴근시간만 되면 인근 현대중공업 근로자들로 북적거린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1시간 이상 기다리기 십상이다.

세계 조선산업의 메카인 울산과 거제가 '블루칼라 특구'로 떠오르고 있다.

두 도시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블루칼라)들이 다른 도시의 근로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된 삶을 누리고 있어서다.

이곳 근로자들은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데다 고임금과 선진국 수준의 복지 혜택을 향유하고 있다.

근로자 스스로 '거제 파라다이스' '동구 공화국'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들이 근로자들에게 최상의 생활 여건을 제공하고,근로자들은 최고의 노동력으로 화답하면서 기업 성장을 뒷받침한 결과다.

한때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현대중공업은 13년,대우조선해양은 16년째 무파업 행진을 벌이고 있고,이에 힘입어 한국 조선산업은 5년 연속 세계 조선 1위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블루칼라 특구의 주인공들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3만~4만달러의 고소득을 올리며 대도시 화이트칼라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네오 블루칼라(Neo Blue-collar)' 계층이다.

이들은 고소득,넉넉한 여가시간,탄탄한 복지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골프,요트 등 고품격 레저.문화생활을 즐기며 선진국형 삶을 누리고 있다.

네오 블루칼라가 신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잡기 위해 백화점 은행 증권사 병원 외식업체 여행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또 '블루칼라 특구' 근로자들이 누리는 높은 삶의 질이 알려지면서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의 역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서 조선소 생산직 근로자로 취직하는가 하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조선소 생산직 사원 모집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오 블루칼라는 하루하루 생활에 쫓기는 대도시 화이트칼라들과는 달리 여유있게 은퇴 이후를 준비하며 '부유한 시니어(wealthy senior)'의 삶도 꿈꾸고 있다.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한편 노후를 대비한 자산 운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울산.거제=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