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거제가 '블루칼라 특구'로 자리매김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산업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를 중심으로 최근 5년간 세계 조선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울산과 거제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이들 업체의 힘으로 네오 블루칼라는 고품격 레저 생활을 즐기며 막강한 구매력을 행사하는 신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곳에 부임하면서 풍요에서 오는 삶의 여유를 느꼈다"며 "집값이 안정돼 있는 데다 소득 수준이 높다보니 주민들이 너도나도 중산층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원조 블루칼라 특구인 울산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4만달러에 육박하는 전국 최고의 부자 도시다.

서울의 두 배, 부산의 두 배 반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이 앞에서 이끌고,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한국의 간판 제조업체들이 힘을 보탠 결과다.

◆선진국형 고품격 레저ㆍ문화 생활 향유

울산,거제 블루칼라 특구의 근로자에게 골프는 더 이상 특별한 스포츠가 아니다.

여론을 의식해 아직은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울산, 거제에는 골프가 대중스포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현대중공업 의전차량을 운전하는 배차실 직원도 10년 전부터 골프를 즐기고 있을 정도다.

골프뿐 아니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네오 블루칼라의 레저 활동은 요트,윈드서핑,패러글라이딩,MTB(산악자전거),색소폰불기,무선모형항공기,스쿠버다이빙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축구에 머물렀던 레저 활동에서 한 단계 점프하면서 '레저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모두 다 평범한 화이트칼라가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급 레저 활동들이다.

장비 구입에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요트동호회 이창우 총무(2야드 기술관리부 근무)는 "서울 사람들은 울산을 레저문화의 불모지라고 생각하는데 서울보다 훨씬 낫다"며 "전에는 축구가 여가생활의 대부분이었지만 주5일 근무제 이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 졌다"고 말했다.

고품격 문화공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연주를 듣고 몇 번 악장에서 활이 어떻게 튕겼다고 지적하는 전문가 수준의 근로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네오 블루칼라'를 잡아라

명품, 고급차, 금융ㆍ의료서비스 등에 대한 네오 블루칼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경쟁도 불붙고 있다.

이에 따라 블루칼라 특구 근로자들의 소비ㆍ투자 문화도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 윤성곤 판매기획팀장은 "현대백화점 울산점 명품관의 매출은 최근 3~4년 동안 연간 15%씩 성장하고 있다"며 "서울, 부산으로 명품 원정 쇼핑를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기존 5개 브랜드 외에 프라다,루이비통,까르띠에 등도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입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오 블루칼라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금융 대전'도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거제에선 지난 6월 기업은행이 문을 열면서 7개 은행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통영에 본점을 둔 상호저축은행의 거제 진출을 계기로 농ㆍ수ㆍ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최근엔 삼성, 대우증권에 이어 동양종금증권, CJ투자증권이 지점을 내는 등 금융대전의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수입차 업체도 울산, 거제 지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울산이레성형외과 이승재 원장은 "울산시는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울산시에는 매년 의사가 1000명 이상씩 늘고 있다.

외식업체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울산에선 2002년 아웃백스테이크를 시작으로 TGIF, 베니건스, 빕스 등 서울에 있는 메이저 패밀리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열었으며 거제에선 최근 빕스가 처음으로 진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글=송대섭/사진=김영우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