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을 했는데도 임직원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직도 가슴이 뭉클하고 손이 떨려요.

회사를 떠난 후,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최근 정년 퇴임식을 가진 서인석 한화석유화학 과장(55)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을 글썽였다.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며 느끼는 홀가분함과 회한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화그룹 내 첫 여성 정년 퇴직자 1호인 서 과장은 1969년 한화석유화학의 전신인 한국프라스틱에 입사하면서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서울여상을 졸업하기도 전에 교복을 입은 채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는 "당시엔 너무 어려서 한화의 일원이라는 느낌도 없었다"며 "정년 퇴직을 할 만큼 오래 직장 생활을 할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이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보직은 경리였다.

이후 구매 등 여러 업무를 거쳤다.

1996년에는 서 과장의 직군이 사무직에서 일반직군으로 전환됐다.

당시 여직원으로서는 불가능했던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이후 서 과장은 인사 업무만 30여년을 했다.

인사 베테랑이 된 셈.하지만 일에 매인 탓인지 아직 결혼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결혼할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막상 퇴직을 하니까 아쉬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수십년을 한화에 몸담으면서 잊지 못할 기억도 많다는 서 과장.그는 "40대 중반에 대리로 승진해 노조위원장의 꽃다발을 받고 운 적이 있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겪을 때 명예 퇴직자들이 선물을 주고 회사를 떠나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석유화학의 역사와도 같던 서 과장이 회사를 떠나는 날엔 전ㆍ현직 한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그의 조촐한 퇴임식에 참석했다.

서 과장과 연배가 비슷한 동료이자 선ㆍ후배로서 그의 정년 퇴임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남영선 ㈜한화 사장,김관수 한화S&C 사장,오휘명 전 ㈜한화 사장 등이 꽃다발을 들고 서 과장을 찾았다.

특히 남 사장은 서 과장이 인사팀에서 신참으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더욱 각별한 사이였다.

서 과장은 "남 사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함께 일한 모든 동료들에 대한 애틋함은 변함이 없다"면서 "앞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계속 뜻깊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