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및 회삿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경준(41)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김씨 가족이 자청한 기자회견은 `이면계약서'의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채 싱겁게 끝났다.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는 당초 예정했던 20일 오전 11시30분보다 무려 2시간가량 경과한 오후 1시20분께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 윌셔프라자호텔 기자회견장에 입장,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한뒤 `이면계약서'의 원본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위를 털어놓았다.

이씨는 한마디로 원본 미공개가 "이명박 후보 측의 필적 위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 원본을 오는 23일까지 한국 검찰에 전달하겠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이 주장대로 진행될 경우 원본의 실재 및 진위 여부는 검찰의 수사가 모두 끝나야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전후 사정을 보다 확실하게 꿰뚫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온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전 변호사가 빠진 채 이씨가 등장, 미리 준비한 문안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고는 일문일답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떠남으로써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궁금증들은 여전히 남게 됐다.

사인의 변조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에 재직할 당시를 비롯해 그동안 각종 서류에 사인한 것이 적지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원본의 사인을 변조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이씨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을 잃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어쨌든 기자회견을 이끈 이씨가 거듭 강조한 미공개 사유는 진본이 공개될 경우 필적이 위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씨는 "검찰이 이 후보에게 친필서명을 요청한다고 들었는데, 원본에 있는 사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변조된 사인을 내놓거나 아예 다른 사람을 시켜 사인을 해 본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이면계약서'를 포함한 4개의 계약서가 이미 검찰에 전달됐다고 밝혀 김경준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소지하고 있다가 제출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씨와 배석한 에릭 호닉 변호사가 취재기자들에게 보여준 이면계약서 사본의 마지막 장에서 이 후보를 포함한 여러명의 사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한나라당측에서 원본이 있다고 주장하니 그 원본을 검찰에 제출해서 그것이 진실한 것인지 위조한 것인지도 같이 판결을 받기를 기대하며, 이 원본들은 한국 검찰에 제출되겠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이 원본을 검사기관에 보내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뜻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 또 다른 검사를 받아놓을 작정임을 밝힌 것.
이씨는 마지막으로 "검찰이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진실이 왜곡되거나 다른 쪽으로 이용될 때에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기자회견과 자료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김병수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