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검증ㆍ계좌추적 시간 절대 부족

변호사 재선임ㆍ에리카 김 '입' 변수

BBK 사건 수사에 돌발변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경준 BBK 전 대표의 법정대리인 박수종 변호사가 전격 사퇴를 발표하는가 하면 김씨 누나 에리카 김씨는 미국에서 '깜짝'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는 검찰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수사발표 시점이 대선 후보 등록일인 오는 25~26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경우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 난무하는 등 정치논리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박 변호사의 이날 사퇴는 검찰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함께 호흡해온 박 변호사 대신 새로운 변호사와 그동안의 절차를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난감해하는 상황. 그만큼 박 변호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감이 컸다는 얘기다.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고 (취재진이 몰리는 등)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그가 느낀 부담감의 정도를 어느정도 알 수 있다.

김경준씨 누나 에리카 김의 '원거리 지원사격'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검찰의 발목을 잡는 대목. 물론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귀국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귀국할 경우 동생과 공범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국내 외에서 유령 회사들을 차리고 옵셔널벤처스의 투자자금 384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문서위조와 자금도피 등을 도왔고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한 공범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리카 김의 '장외 폭탄발언'은 검찰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효과 역시 김씨 남매의 계산된 수순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비해 검찰의 수사진척도는 '거북이 걸음'을 방불케할 정도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대선 후보 등록일 여부와 상관없이 12월 초로 발표시점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홍일 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를 구속한 지 이틀밖에 안 됐고 이런 상황에서 언제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은 때이른 이야기다.

아직도 수사 초기"라고 밝혔다.

대선 후보 등록일 직전인 이번 주말까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중간수사 발표는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겠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총장이 23일 정 총장에서 임채진 총장으로 교체되는 어수선한 분위기도 변수다.

이에 따라 김씨의 구속만기일인 12월5일 직전께가 유력 발표시기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시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2월19일 대선에 임박해 수사결과가 발표될 경우 검찰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설혹 이때 이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혐의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선거운동 중인 이 후보를 소환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력 대선후보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고 기소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래저래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병일/문혜정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