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41)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김씨의 변호인인 박수종 변호사가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에 따라 BBK 사건은 김씨 변호인을 다시 선임해야 하는 등 새로운 변수가 생겨 검찰의 대선후보 등록일 전 중간발표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변호를)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20일자)로 김씨 변호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다"면서 "진짜 금융조세 사건인 줄 알고 조언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박 변호사가 BBK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사건으로 비화한 데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고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가 미국에서 사전 협의 없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서자 통제 불능이라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리카 김씨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전 11시30분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언론과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밝힐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김씨는 이보다 앞서 한 언론과의 대리인을 통한 인터뷰에서 "BBK 실소유자가 이명박 후보라는 것을 입증할 이면계약서가 한 건이 아니라 세 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김씨가 제출한 각종 문서의 위조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이 후보의 자필서명을 받아 이면계약서 상의 서명과 대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서류 검증에 필요한 BBK와 LKe뱅크의 전 직원과 이명박 후보 측 관계자들을 불러 서류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물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