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국 법인계약서 양식대조 등 총력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가 김경준씨 법정대리인인 박수종 변호사에게 대량의 서류를 소포로 보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서류들이 김경준씨와 이명박 한나랑 대선 후보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내용들이어서 검찰도 신중하게 진위파악에 나설 전망이다.

결국 문서감정에 수사의 모든 것이 달린 셈이다.

에리카 김이 박 변호사에게 보낸 소포는 19일 오전께 도착했다.

발신인은 에리카 김,발신자 주소는 로스앤젤레스 윌셔불르바,내용물은 서류,무게는 10.43㎏으로 적혀 있다.

발신일이 15일로 되어 있어 김경준씨가 국내에 송환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가족들에게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국내 송환 시 종이백 1개 분량의 서류만 갖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소포에는 충분한 규모의 입증자료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에는 김경준씨가 이 후보와 맺었다는 이면계약서 등 BBK 차명보유 의혹을 규명할 자료들을 보충하는 것들로 추정된다.

김경준씨는 "2001년 2월 이 후보와 맺은 주식거래 계약서에 LKe뱅크와 BBK,EBK의 지분을 100% 이 후보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BBK 투자자들이 이 후보의 권유로 투자했다는 근거 자료 △하나은행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다스의 190억원 투자 과정에 대한 서류 등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나라당은 이면계약서의 존재 여부에 대해 "완전한 날조"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투자권유 자료 등도 김경준씨가 단독으로 만든 것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서류 발송을 기점으로 에리카 김이 이번 사건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에리카 김은 동생 김경준씨를 이 후보에게 소개시켜준 장본인인 데다 오래 전부터 친분을 맺고 있어 이 후보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공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리카 김은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UCLA 법학대학원을 나와 27세에 변호사가 됐으며 이 후보가 1994년 미국에서 만난 뒤 친분을 유지해왔다.

1995년 에리카 김이 서울 힐튼호텔에서 자전적 에세이 '나는 언제나 한국인' 출판기념회를 열 당시 이 후보가 김씨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 커팅을 한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리카 김과 이 후보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에리카 김은 지난 6월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 밝힐 것은 밝혀야겠죠"라고 말해 이 후보와의 관계 등에 대해 아직 드러내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시사했다.

에리카 김씨도 미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김경준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사태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은 김경준씨가 제출한 '이면 계약서' 등 관련 자료의 진위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계약서에 씌어진 이 후보의 서명이 진짜인지 여부에 따라 사실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검 문서감정실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하지만 좀더 높은 수준의 신빙성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동시에 의뢰해 결과를 대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하는 동시에 미국의 법인 계약서 등 서류 양식을 대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이번 주말 대선후보등록일(25~26일)을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서류박스 내용물의 신빙성도 조속히 판명될지 주목된다.

정태웅/서기열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