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가 국제 금융센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영국 런던의 시티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도쿄를 국제 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최근 수립해 관련 공무원들을 뉴욕과 런던에 보내 자료와 정보 수집에 나섰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5일 보도했다.

일본이 도쿄의 국제 금융센터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한 금융부문을 되살려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현재 아시아 금융센터 지위를 놓고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중국 상하이,인도 뭄바이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이를 위해 도쿄증권거래소가 있는 가부토초 지역을 신 금융가로 조성키로 하고,용적률이나 층고제한 등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 건설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월스트리트나 시티 등과 비슷한 근무ㆍ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영어로 진료하는 병원,외국인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 등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또 해외 시장과의 시차로 밤이나 새벽에도 근무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을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레스토랑이나 헬스클럽 등도 입주시킬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도쿄증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식과 선물,원자재 상품을 모두 거래할 수 있는 통합거래소로 탈바꿈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통합시장에선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도 이뤄지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외국 금융인들은 첨단 빌딩과 고급 아파트 등 하드웨어 환경보다도 규제 완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올초 월스트리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야마모토 유지 당시 금융청장에게 국제금융계 인사들은 "일본이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아시아의 작은 나라 중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도쿄는 월가ㆍ시티 벤치마킹 중
실제 싱가포르에선 2주일이면 끝나는 투자펀드 인가가 일본에선 6개월이나 걸린다.

모건스탠리 도쿄지사의 로버트 펠드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도쿄에 진출한 외국 금융회사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환경 때문에 굳이 도쿄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규제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외국 금융사들이 도쿄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0년 이후 현재까지 뉴욕증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6배 성장했지만 도쿄증시는 1.58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증시는 무려 55.69배 커졌다.

1990년 도쿄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125개사에 달했지만 2005년엔 28개사로 줄었다.

뉴욕 증시엔 2005년 현재 350개 다국적기업이 상장돼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