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인 A씨는 지난해 초 일본펀드에 3000만원을 거치식으로 가입했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를 딛고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어 유망하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영 딴판이었다.

가입 후 지금까지 가입 당시 뗀 선취수수료를 제외한 2960만원의 원금을 단 한번도 웃돈 적이 없었다.

결국 A씨는 1년5개월 만에 10% 손실을 보고 2700만원을 환매했다.

A씨는 손실을 만회할 펀드를 찾다가 지난 5월 당시 절찬리에 판매 중이던 해외리츠펀드로 갈아탔다.


주로 이머징마켓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는 주식형펀드보다 위험성이 낮고 고수익이 기대된다는 소문이 퍼지며 수탁액이 한때 6조6000억원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성과는 부진했다.

연초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달리던 리츠펀드는 하반기 들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와 글로벌 금리 상승이 부각되며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환매를 고민하던 A씨는 결국 20%의 손실을 보고 리츠펀드를 환매해 이번에는 중국펀드로 갈아탔다.

하지만 중국펀드도 10월 말을 고점으로 꺾이기 시작,한 달이 지난 후 수익률은 -12%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A씨의 원금 3000만원은 지금 19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6.6% 손실을 봤다.

◆펀드 갈아탈수록 손해

A씨처럼 인기 펀드만 좇아 수시로 갈아타기를 반복해온 투자자들은 올 들어 글로벌 강세장에서도 손실을 본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대상으로 단타를 해온 투자자 B씨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중소형주펀드→배당주펀드→가치주펀드→그룹주펀드→지주회사펀드 등으로 그때그때 인기를 모았던 펀드로 갈아타기를 거듭해 무려 열 차례 이상 가입과 환매를 반복했다.

한번 갈아탈 때마다 보통 적게는 2%,많게는 5%가량 수익률을 냈다.

이렇게 해서 B씨가 1년간 거둔 누적 수익률은 21% 정도.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38%에는 크게 못 미친다.

반면 C씨의 경우는 지난해 초 중국펀드에 가입한 후 작년 5월과 올초,지난 8월 등 세 차례나 단기간 20% 가까이 조정받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장기 투자 원칙을 밀고 나갔다.

그 덕분에 C씨의 현재 누적 수익률은 160%에 달한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를 주식처럼 자주 갈아탈 경우 가입 당시 수수료에다 단기 환매에 따른 추가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보통 3개월 안에 환매할 경우 6~7% 이상 수익률을 내지 않으면 실질적으로는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펀드 갈아타기 부추기는 판매사

펀드 투자자들의 잦은 갈아타기는 판매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경우 갈아타는 횟수가 증권사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자 은행 창구에서는 중국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둘러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판매사로선 수수료 수입이 늘어 좋겠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