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서민금융업에 진출한다.

이를 통해 서민금융에서 투자은행(IB)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중 서민금융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며 "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하기보다 자회사를 만들어 서민금융을 취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누리투자증권은 대주주 측과 진행 중인 인수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으며 손해보험회사 한 곳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전략도 공개했다.


▶본지 11월5일자 A1,5면 참조

◆왜 서민금융 나서나

강 행장은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민은행의 시발점이 1950년대의 무진회사(無盡會社·상호부조의 목적으로 설립된 서민금융기관)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1963년 서민금융 전담은행으로 출발했고 2001년 말 역시 서민금융 은행이었던 주택은행과 합병,국내 최대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서민들의 금융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현재의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업체들이 고금리로 대출해 준 뒤 서민을 괴롭혀 상환받는 잘못된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강 행장은 이를 위해 은행에서 쓰고 있는 개인 신용평가모형을 서민금융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그간 축적된 개인 신용평가에 따라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서민에게도 금리는 다소 높겠지만 소액대출을 실시하겠다는 얘기다.

금리와 관련,현행 대부업체 대출금리가 연 49%에 이르지만 국민은행은 연 3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강 행장은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다른 서민금융업체도 국민은행을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민은행은 서민금융업이 수익을 안겨다 줄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만큼 리스크 관리만 제대로 하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엔 수익성 중시"

강 행장은 내년도 은행 환경에 대해 "작년이나 올해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의 자금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대출경쟁은 격화돼 과거처럼 편안하게 이익을 올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출자산 확대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년에도 노력하겠지만 대출 확대 경쟁은 올해보다 약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 행장은 "국민은행은 그간 건전성과 내실을 다져온 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높여 수익을 더 내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행장은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처럼 은행 인수가 가능한 곳엔 인수를 추진하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지배주주가 될 수 없는 곳엔 소수지분이라도 출자하며 △다른 곳에선 사무소나 지점 등을 개설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 행장은 국민은행이 테마섹과 함께 인수한 인도네시아 BII와 관련,테마섹이 보유지분을 판다면 국민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현재 14.06%로 2대 주주인 국민은행은 테마섹 지분(28.1%)을 산다면 최대주주가 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