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현상.묻지마 투자 우려 높아

시중자금이 고수익을 찾아 출렁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에는 출시된 지 열흘 만에 3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돈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투자한다'는 이 펀드는 다른 펀드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판매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최근 진정 국면에 들어가긴 했지만 중국 펀드에 대한 투자 광풍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반면 고금리를 앞세운 은행 예금에는 좀처럼 돈이 몰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단기성 자금을 중심으로 예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창 집값이 오를 때에는 둘만 모이면 부동산이 화제였는데 요즘에는 온통 펀드 이야기뿐"이라며 "수익률에 대한 눈 높이가 높아져 예금 금리를 인상해도 좀처럼 자금이 모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펀드에 대한 시중자금의 `편애'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떤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더라" 식의 `묻지마 투자'와 함께 자금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 은행 단기자금 비중 갈수록 하락 = 펀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은행의 자금 구성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만기 6개월 미만 금융상품을 포함한 주요 금융기관의 단기 수신자금은 10월 말 기준 약 486조7천억원으로 전체 수신의 49.9%를 차지했다.

단기 수신 비중이 50% 아래로 하락한 것은 2005년 2월(49.8%)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단기수신 비중은 지난 7월 50.6%, 8월 50.2%, 9월 50.1%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투자처에 머물러 있던 시중자금이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장기성 수신인 펀드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 실세요구불예금은 10월 한 달 동안 1조5천288억원 감소했지만 주식형 펀드에는 10조5천914억원이 추가 유입됐다.

은행들은 6%대 특판예금을 앞세워 시중자금 끌어들이기에 나섰지만 정작 정기예금은 전달보다 8천40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보다는 비교적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며 "특정 펀드의 수익률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쏠림현상.묻지마 투자 우려 = 우리은행 박승안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갑자기 인사이트 펀드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 보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전체 투자자금의 10분의 1 정도는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그러나 무작정 영업점을 찾아와 여유자금 전체를 `몰빵'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신한은행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왜 그 펀드를 팔지 않느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많다"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투자 자산, 특히 장기 수신인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여은정 연구위원은 "고수익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과거 수익률이 높았던 특정 운용사의 펀드에 자금을 넣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펀드 투자의 원칙이 `장기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직접투자와 마찬가지로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거나 투자 목적 등을 감안하지 않고 해당 펀드에 대한 정보도 없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중국 펀드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자 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몸 속에 흐르는 피도 어느 한 곳으로 몰리면 부작용이 생기듯 돈도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면 결국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한중호 교수는 "과거 미국의 펀드 운용 사례 등에 비춰봤을 때 특정 펀드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지게 되면 수익률은 하락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특정 국가나 특정 자산에 자금이 쏠리면 나중에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며 "금융을 다루는 사람들이 이런 점을 주의.환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