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외국어고교의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교육당국과 학교측의 `총체적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시험문제의 출제 단계부터 이후 학교 전달, 보관, 인쇄, 시험장 배부 등의 관리 과정을 들여다 본 결과, 오히려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허점'이 많았다.

10일 김포외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도내 9개 외고가 동시에 치른 올해 일반전형 시험문제 원본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처음 넘겨 받은 것은 시험 전날인 29일 오전 11시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외교 교감을 교육청으로 불러 밀봉 상태의 시험지 원본을 직접 나눠 줬고, 김포외고에 이 시험지 원본이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께였다.

김포외고는 이 시험지 원본을 인쇄 전까지 교장실 케비닛 안에 보관하면서 경찰관 입회 등 별도의 도난 및 유출 방지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교장실 캐비닛 안에 넣어 보관했다는 사실뿐 캐비닛을 제대로 잠겄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같은 날 오후 8시께부터 교사 20여 명을 동원, 교내에서 시험 문제지 인쇄작업을 시작해 7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3시께 끝냈다.

그후 인쇄작업을 하면서 시험문제를 미리 본 교사들을 기숙사에 머물도록 했으나 이 부분에도 허점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지 인쇄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인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하도록 했으나 엄격히 체크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나중에 집에 통화할 일이 있어 인쇄작업 후 기숙사에 들어올 때까지 휴대전화를 그냥 소지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시험지를 인쇄한 교사들을 별도의 감시 조치 없이 학생들과 함께 쓰는 기숙사에 머물도록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학교 측은 시험 당일 새벽 인쇄 작업이 끝난 뒤 교사들을 기숙사 한 방에 2-3명씩 들어가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별다른 통제나 감독 없이 교사들의 자율에 맡겨 놓았던 상황이어서 누군가 외부와 통화할 마음만 먹으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돌연 잠적한 이 학교 입학홍보부장 L(51)씨의 경우 시험지 인쇄작업을 마친 뒤 기숙사로 와서는 다른 교사들과 떨어져 혼자 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자취를 감춘 L씨는 실제로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서울 목동의 모 학원측과 자주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외고의 한 학부모는 "일반 학교보다 관심도가 높은 외고의 시험문제 관리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경기도교육청이 진상조사를 벌여 개선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나 결국 `사후약방문'인 셈"이라고 말했다.

시험문제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김포외고에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학부모와 응시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때마친 학교를 방문한 한 합격생 부모는 "문제가 된 서울 목동의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닌데 이번 시험자체가 무효가 되면 어떡하냐"면서 학교측에 재시험 여부를 따져 묻기도 했다.

(김포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km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