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해외미술품 특구'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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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일대에 '해외미술품 특구'가 형성되고 있다.
여유 자금이 있는 강남권 자산가들을 겨냥한 해외미술품 전문 화랑과 아트 딜러,경매회사 등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국내 미술작품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큰손' 컬렉터들의 관심이 해외 미술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최대 화랑인 마이클슐츠갤러리와 프랑스 화랑 체인 오페라갤러리 등 세계적 화랑이 이미 청담동에 지점을 냈고 서미앤투스,더컬럼스,이현갤러리 등 해외미술품 전문 화랑들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또 해외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경매회사 'D옥션'도 지난 9월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게다가 청담동과 인근 신사동 일부 지역에 자리 잡은 80여 곳의 일반 화랑과 미술품 수입판매상,200여명의 아트 딜러들이 산발적으로 취급하는 해외 미술품도 상당수에 달한다.
올 들어 9월까지 수입된 미술품 4억6290만달러(약 4000억원) 가운데 반 정도가 청담동 일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미술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청담동 사거리에 있는 6층 건물 '네이처 포엠'에는 박여숙화랑,마이클슐츠갤러리,오페라갤러리,2×13갤러리,금빛갤러리 등 20여 곳의 화랑이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이어서 해외미술품 쇼핑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청담동 일대가 이처럼 해외미술품 유통의 핵으로 부각되자 갤러리현대 조현화랑 이화익갤러리 표갤러리 예화랑 등도 이곳에 지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 붐을 주도했던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해외 미술의 새 수요층을 잡기 위해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
서울옥션이 지난해 청담동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사간동에 있던 K옥션도 지난달 사옥을 청담동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강남 해외미술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화랑과 경매회사들의 '큰손' 컬렉터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1일 문을 연 오페라갤러리 서울점은 66억~68억원대의 피카소 작품을 비롯 르누아르,고갱,샤갈,뒤피,레제,아르망,보테로,로베르 콩바스,천원보,왕광이 등 서구 및 중국 작품 130여 점을 들여와 고객 잡기에 나섰다.
오페라갤러리 서울점의 권기찬 대표는 20여년간 명품 패션 브랜드인 '아이그너''베르사체''겐조''소니아 리키엘' 등을 수입 판매하면서 익힌 마케팅 기법을 활용,기존 화랑과 차별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고급 예술가구ㆍ도자기ㆍ금속공예품 등을 판매해 온 서미앤투스 역시 지난 9월 화랑을 재개관,기존 마케팅 노하우를 '그림'에 접목하고 있고 경매회사 D옥션은 모회사 격인 수입가구 업체 엠포리아의 고객을 흡수할 방침이다.
이 밖에 더컬럼스갤러리(해외 작가전) 줄리아나갤러리(세계의 거장 10인전) 어반아트(중국 작가 잔왕 개인전) 샘터화랑(엘디 로렌스) 등도 강남권 컬렉터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엄중구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소 소장은 "아직 국내에는 해외작품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작품을 구입할 때는 해외 미술품을 오랫동안 다뤄 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거나 믿을 만한 화랑을 이용하는 게 좋다"면서 "작품 유통 경로와 족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