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어읽기와 듣기능력만을 평가하는 토익시험을 보완하기 위해 말하기 능력을 측정하는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를 신입사원 채용에 활용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어 말하기 시험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어말하기 시험의 응시자는 연 15만~20만명 선에 불과하지만 5년 내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말하기 시험은 응시료(5만~19만원 선)가 듣기ㆍ읽기 시험의 3~4배에 달하기 때문에 응시자가 100만명 수준에 이르면 시장 규모면에서 기존의 듣기ㆍ읽기 시험시험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발표로 OPIc의 지명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가장 응시자가 많은 시험은 한국토익위원회가 주관하는 토익S&W(Toeic speaking and writing)다.

현재 현대중공업 대웅제약 등 20여개 기업이 이 시험을 신입사원 채용 등에 활용하고 있다.

올 1~10월까지 5만명가량이 이 시험에 응시했으며 연말까지 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귀현 한국토익위원회 차장은 "내년에는 토익S&W 응시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대기업 고객을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OPIc는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교육업체인 크레듀와 미국의 공인인증기관 전미외국어교육협회(ACTFL)가 공동으로 개발한 시험이다.

1주일 만에 평가결과가 나온다는 게 OPIc의 강점이다.

이 시험의 올해 응시자는 10월까지 2만명이며 연말까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OPIc의 운명은 삼성전자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OPIc 성적만을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험의 활용 범위 등을 놓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영국문화원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이엘츠(IELTS)도 말하기 시험 분야의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전 세계 응시자가 70만명에 달할 만큼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기기때문이다.

아이엘츠는 영국문화원과 호주 IDP에듀케이션 등이 공동주관하는 시험으로 시험관과 1 대 1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며 주로 유럽 기업과 대학들이 선호한다.

OPIc가 말하기 한개 영역을,토익S&W가 말하기와 쓰기,두 개 영역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등 4개 영역을 모두 측정하는 것이 이 시험의 특징이다.

단점은 가격.응시료가 18만원으로 6만~7만원대의 경쟁 시험에 비해 3배가량 비싸다.

아이엘츠 관계자는 "현재 연 2만명 수준인 응시자의 수를 2010년까지 5만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했던 기존의 말하기 시험들도 앞으로 말하기 시험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빅3' 이외에 눈여겨 볼 영어 말하기 시험으로는 SK그룹 등이 활용하고 있는 GST,텝스의 주관사인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의 TOP,숙명여자대학교의 MATE 등이 꼽힌다.

영어 말하기 시험시장의 운명은 기업들이 얼마나 시험을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영어 말하기 능력을 자체적인 면접 등으로 평가해 왔다.

영어 말하기 시험들이 대부분 역사가 깊지 않아 신뢰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레듀 관계자는 "세밀한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를 하려면 기업의 자체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매년 조금씩 업계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익위원회 관계자는 "결국 영어 말하기 시험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냐에 달려있다"며 "시험의 품질과 함께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포섭할 수 있는 영업능력을 갖춘 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