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라보엠' 흥행 대결
연말 공연성수기를 앞두고 대작 오페라 두 편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연이어 오른다.

오는 14~17일 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한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내달 6~14일에는 국립오페라단이 첫 레퍼토리 공연으로 만든 푸치니의 '라보엠'을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이지만 '팜므 파탈'의 대명사인 카르멘에 비해 '라보엠'의 주인공 미미는 '청순가련형'이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예술의전당은 '카르멘'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초점을 맞췄고,국립오페라단은 정통적인 '라보엠' 연출에 집중해 관객들의 다양해진 입맛을 충족시킬 예정이다.

'카르멘'은 스페인의 집시 여인.연인인 돈 호세를 두고 투우사 에스카밀료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가 질투심에 사로잡힌 돈 호세의 칼에 비극적으로 죽게 된다.

'라보엠'은 파리의 뒷골목에 사는 시인 로돌포와 아래층 처녀 미미의 러브 스토리.이들은 결국 가난 때문에 헤어지게 되고 미미도 폐결핵으로 죽는 내용이다.

이번에 '카르멘'의 연출을 맡은 최지형씨는 이성적인 매력과 '끼'가 돋보였던 기존의 캐릭터와 달리 주체적인 카르멘을 그릴 계획이다.

카르멘이 자유의지로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끝 장면에서 돈 호세가 카르멘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카르멘이 돈 호세의 칼로 뛰어들도록 배우들에게 주문했다.

오페라 '카르멘'- '라보엠' 흥행 대결
반면 국립오페라단은 원작에 충실한 '라보엠'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앞으로 '라보엠'을 국립오페라단의 연말 레퍼토리 공연으로 계속해서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은 되도록 배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르멘과 미미를 맡은 김선정씨와 박정원씨의 새로운 모습도 기대할 만하다.

그동안 지적이고 정숙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맡아온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씨가 도발적인 이미지의 카르멘을 어떻게 소화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보체크'에서 처음 맡은 '악녀' 마리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적이 있어 카르멘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미 역의 소프라노 박정원씨는 원래 높은 음과 화려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콜로라투라 가수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중음의 서정적인 리릭소프라노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에 대해 박씨는 "나이가 드니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도 다양해지는 것을 느껴 이번 역할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 모두 이번 공연에서 신진 성악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이들의 기량을 비교해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관람료는 '카르멘' 4만~12만원,'라보엠' 1만~15만원.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