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에 '펄프 파동' 조짐이 일고 있다.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업체인 동해펄프가 정비보수를 위해 공장가동을 중단한 데다 인도네시아의 불법벌목조사 등으로 국제 펄프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펄프조달난에 따른 제지업체의 연쇄적인 공장가동 률 하락이 예상돼 연말성수기에 인쇄용지 공급난도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파업으로 50여일간 문을 닫았던 동해펄프가 안전점검 및 정비보수를 위해 또다시 이날부터 보름간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동해펄프 관계자는 "2년마다 한 번씩 정기보수를 위해 공장을 세운다"며 "공장가동은 정해진 일정에 따른 것으로 부품교체와 수리 등 안전점검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인쇄용지를 만드는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이엔페이퍼 남한제지 등 제지회사들은 "펄프난이 해소되기도 전에 동해펄프가 또 공장을 세우기로 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지업계는 국제 펄프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동해펄프가 지난 9월 파업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가동을 멈추자 펄프조달난을 겪었다.

일부 제지회사는 "지난 추석연휴에 이어 재고펄프 부족으로 이달 중에 2~3일간 공장가동을 중단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인쇄용지 업체들은 동해펄프에서 월 1500~7000t(자체 사용량의 10~20%)을 공급받고 있다.

제지업체들은 동해펄프에서 공급받지 못하는 물량을 해외 현물시장(스팟)에서 '웃돈'을 주고 추가 구매하는 등 재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국제 펄프 가격(활엽수로 만든 하드우드)은 현재 t당 700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약 10% 올랐으며 연말에는 t당 720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 펄프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달러화 약세와 중국의 공장 신.증설에 따른 수요 급증,남미의 공장가동 지연,인도네시아 정부의 불법벌목 관련 조사 등이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월 5만t의 펄프를 들여오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벌목조사로 인해 펄프생산이 줄어들면서 1만5000t 정도 수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펄프 가격 인상으로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펄프 수입물량(활엽수로 만든 하드우드)은 109만78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어든 반면,금액 기준으로는 6억4657만달러로 11% 늘었다.

제지업체의 펄프 수급난은 시중의 종이공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을지로의 한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하는 지종을 제때 사지 못하는 인쇄용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쇄용지 가격도 연초보다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