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자유로운 함성 … 추상조각 1세대 최만린씨, 선화랑서 전시
'격렬한 몸짓은 자유를 향한 큰 외침이다('00-7-02').자연과 우주의 영혼뿐만 아니라 생명의 잉태,반야심경의 공즉시색(空卽是色)까지 매끄러운 브론즈 표면 사이로 흐른다('00-8-01').'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 작가인 최만린씨(72)의 조각 작품에는 언제 보아도 호쾌한 심기(心氣)와 묘기(妙技)가 함께 묻어난다.

그의 반세기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초대전이 8~30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최씨는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 운동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미를 추상조각으로 표현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붓의 길,사유로부터 관조로'.둥그런 형태의 'O' 모형에 우주의 합일사상을 풀어낸 'O'시리즈 근작 조각 30여점과 드로잉 3점을 내놓는다.

그의 작품은 무표제 음악처럼 제목이 없고 재질도 단순하다.

일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유자재의 경지에서 형이상학적인 미감을 빚어낸다.

'O'시리즈 역시 천(天)ㆍ지(地)ㆍ인(人)의 합일사상을 조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군더더기 같은 이미지를 제거하고 공간의 무한한 확장과 내재율을 중시했다.

서로 다른 기운의 상생과 합일사상을 태극의 형태로 풀어낸 것.

최씨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O'연작은 변증법적인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안주한 나의 작품세계"라며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결하고 순수한 형식미가 두드러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씨의 작품세계는 10년을 주기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1950년대 후반의 불안한 시대의 인간초상을 형상화한 '이브'연작,1960년대 한자의 획에서 드러나는 표상 '천-지-현-황'시리즈와 장승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일-월'연작,1970년대 생명 이미지를 조형화한 '태',1980년대 이후 '점 시리즈'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고 2001년 서울대 미대를 정년 퇴임했다.

현재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이사장을 맡고 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