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고 지방으로 내려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4일 귀경을 하지 않은 채 향후 행보에 대해 장고를 거듭했다.

그는 이르면 5일 서울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4일 "이 전 총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보수진영 분열에 대한 책임론이며,이 때문에 고뇌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알았다"고만 대답=이 전 총재는 지난 주말부터 가타부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가 이번 주 중에는 국민 앞에 서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알았다'고만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고민과 관련,"출마 시 보수진영 분열에 대한 책임론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을 포함,결단 자체가 정치권이나 국민에게 주는 영향이 크니까 고뇌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이 전 총재는 지금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언론이 출마 쪽으로 못을 박아 이 전 총재의 선택의 폭을 아주 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출마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일부 측근들은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변화를 지켜보며 완주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발 앞서 나가기도 했다.

출마를 선언하게 될 경우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위한 명분과 정치적 '세(勢)' 확보,박근혜.고건.심대평 등 유력 정치인과의 연대 등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한 측근은 "현재 이 전 총재의 고민은 국민들 앞에 섰을 때 어떤 대의와 명분을 말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나리오는=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무소속 후보로 남을 것이란 전망은 정당을 창당하기엔 시간이 촉박하고,특정 세력이 중심이 아닌 범 보수를 아우르기에는 기존의 당에 몸을 담기보다 오히려 밖에 남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에 근거를 하고 있다.

다양한 정파와 연대하기 위한 운신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중심당 출마설이 나돌고 있지만,'충청'이라는 족쇄를 채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측근들은 부정적이다.

이흥주 특보는 "심대평 국중당 대선후보가 화합정치를 위해서 연대 제의를 했지만,차후에 검토될 사안이지 지금 확실하게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측근들은 대선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창당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정당을 만들어야만 후원금도 받을 수 있고 선거도 치를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막판에 이명박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이 후보를 빼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한나라당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 등도 거론된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