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하반기 공모주 수익률이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급락세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공모 후 한달 내에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옵션제가 폐지된 후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공모가 부풀리기 피해

4일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공모주 전업투자자인 K씨가 모든 증권사에 계좌를 가지고 모든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3000만원씩 투자,배정비율대로 주식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경우 상반기 공모주 수익률은 35.1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결과 22개 종목에 1억7260만원을 투자해 6100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상반기 코스피지수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22개 공모주 가운데 공모가 밑으로 내려간 주식은 9개에 그쳤으며 하락폭도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크지 않았다.

반면 하반기에는 지난 11월2일까지 투자수익률이 -24.6%를 기록했다. 7억1229만원을 투자,1억7528만원의 손실을 보인 것이다. 32개 공모주 가운데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7개에 불과했다. 장외주식거래 업체인 P스톡 김창욱 대표는 "공모를 위한 주간사 선정 때부터 증권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공모가가 높게 산정되고 있다"며 "게다가 IPO(기업공개)제도 변경으로 증권사의 시장 조성 의무인 풋백옵션제도가 없어지면서 공모주시장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수익률 양극화

하반기 공모주 32개 가운데 지난 2일까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에코프로 3노드디지탈 STX팬오션 효성ITX 에스에너지 KSS해운 기신정기 등이었다. 특히 STX팬오션과 효성ITX 에스에너지 등 대기업 관련주들은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KSS해운도 해운경기의 호황으로 공모가 대비 150%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이 주간사 업무를 맡아 지난 9월 상장시킨 웨이브일렉트로미래나노텍은 나란히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 밖에 공모가 대비 손실률이 40%가 넘는 종목은 바로비전(주간사 우리투자),아로마소프트(교보),S&K폴리텍(키움),아로마소프트(교보),ISC(현대),엘지에스(한화),제이엠텔레콤(대우) 등이었다.

반면 상반기에는 공모가 대비 하락한 종목 손실률은 10∼20%대에 그쳤다. 김창욱 대표는 "애초 공모제도 선진화 방안의 취지대로 적정한 공모가 산정과 기관투자가 보유 확약,외국인 투자자 참여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모주 시장 붕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