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의학상식들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 때문에 사소한 증세를 중병으로 걱정하고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선입견이 있어 의사가 괜찮다는 말을 건네도 못내 불안해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부분만 보고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의학상식을 이정권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소변 색

어쩌다 소변 색이 짙거나 거품이 인 것을 놓고 신장병을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소변의 짙고 옅음은 신장의 오줌 농축 정도,즉 수분 섭취량에 달린 경우가 많다.

거품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일시적으로 일 수 있다.

소변 검사가 적잖은 질환을 암시하지만 다른 증상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진단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소변 색만으로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

비슷한 예로 대변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라고 걱정하는 이가 많다.

변에 선혈이 섞이거나 출혈한 피가 소화돼 시커멓게 변한 흑변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혈변 중 일부는 과음 변비 등에 의한 단순 항문 열상으로,흑변 중 일부는 한약이나 선지 등의 섭취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깨 통증

오십견인데 담낭염이나 담 결린 것으로 오해하는 이가 많다.

담낭염이면 오른쪽 어깨까지 통증이 뻗친다는 말만 믿고 담낭염이라고 예단하거나 어깨죽지 밑에 둔중한 통증이 있다고 담 결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가슴 통증

가슴이 아프면 협심증이라는 게 상식이 됐다.

그러나 협심증일 때 나타나는 통증의 특징은 주로 힘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몇 분 정도 아프다 서서히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프거나 한 쪽이 아프더라도 오랜 시간 계속 아프다든지 하는 증상은 가슴 부위의 신경과민이나 근육경련으로 심장병과 별 관련이 없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지럼증

어지럽다고 빈혈 검사를 받는 사람이 참 많다.

빈혈의 증상으로는 어지럼증보다 기운이 없고 피로한 게 훨씬 흔하다.

주위가 빙빙 도는 어지럼증은 평형감각을 잡아주는 귀 속 전정기관 이상이나 뇌혈관질환일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더욱이 주위가 빙빙 돌지는 않고 그냥 아찔하고 마는 증세는 뇌혈관 질환과 큰 상관이 없다.

◆헛 구역질

아침에 양치질할 때 메스꺼우면 간이나 위가 나쁘다고 여긴다.

이는 옛날에 약장수나 엉터리 한의사가 자주 하던 말로 터무니없는 얘기다.

실제 입천장이나 목구멍 근처를 건드리면 구역반사가 잘 일어난다.

감기에 걸리거나 치약 냄새를 싫어하는 등 컨디션과 체질에 따라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저절로 생기는 메스꺼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양치질과 같은 자극이 가해진 경우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색이 누래지고 눈이 피로하다고 간 검사를 원하는 환자가 있다.

황달이 있거나 간경화가 있을 때 이런 증세가 나타나지만 그쯤 되려면 이미 다른 증상을 느끼고도 남는다.

◆체중 감소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해서 체중이 줄었는데 얼굴 살이 빠졌다고 병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이 토실토실해야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의 걱정 때문이다.

체중이 몇 달 새 10% 이상 빠지고 식욕을 갑자기 잃고 피로가 심해져 활동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질환이 이 같은 증세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나치게 암을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진찰을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

◆속쓰림

속이 쓰리면 위암 같은 것을 걱정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위암이라면 한 달 이상 소화불량이 지속되거나,이유 없이 변비나 설사가 나타나거나,새롭게 발생한 통증이 계속되거나,림프선이 부어 있는 경우일 때 훨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