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중국 진출 때 가장 요긴한 책으로 중국경제 실용서가 아니라 소설가 김용(84)의 작품들을 꼽는다.

무협소설의 대가인 김용의 작품은 중국 정신과 문화를 배울 때 반드시 읽어야 할 교과서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3억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중국 안에서도 '절대지존'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천하오절''구음진경''화산논검' 등 마니아들이 알고 있는 무협 용어들을 탄생시켰고 동아시아권의 수많은 무협소설과 영화,만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전8권,김영사)가 국내 최초의 정식 판본으로 출간됐다.

'사조영웅전''신조협려'에 이은 '사조삼부곡'의 3부작 완결편이다.

1977~2004년 저자가 직접 보완 수정한 3판본을 번역했다.

국내에도 1980년대 중반 '영웅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큰 인기를 끌었으나 정식 계약본으로 나온 것은 원제를 살려 번역한 김영사의 '사조삼부곡'이 처음이다.

'의천도룡기'는 원을 거쳐 명나라 건국 전까지의 역사적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중국에서는 한족과 몽골족 등 이민족 간의 치열한 대결로 팽팽한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김용은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칭기즈칸,쿠빌라이,왕중양,주원장 등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중국 역사를 한 눈에 들어오게 했다.

여기에 박진감 넘치는 허구 인물들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의천검'과 '도룡도'의 행방을 둘러싼 무림 고수들의 혈투와 주인공들 사이의 로맨스 등이 어느 현대소설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하지만 김용의 소설을 다른 대중문학과 같이 취급할 수 없는 부분은 따로 있다.

웅장한 역사를 바탕으로 노장사상,불교,신화,문학 등 중국인의 독특한 사상과 역사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열혈 독자들 가운데 지식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대만에서는 1980년대부터 김용의 소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김학(金學)'이 생겨났다.

2007년 들어 일부 중국 중학교 교과서가 개편되면서 루쉰의 '아Q정전'이 빠지고 김용의 또 다른 소설 '천룡팔부'가 수록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의 부록인 '무림지존,천하를 호령하다'에는 무당산과 소림산,작품에 등장하는 혈도와 경맥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다.

시대적 배경과 지도,주요 등장인물,김용 무협소설의 심리세계,학자와 김용 마니아들의 서평도 실려 있어 방대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