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새 시대 테마는 '창조적 자본주의'다.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MS) 빌게이츠 회장은 하버드대학 명예졸업장을 받는 자리에서 "시장의 힘을 활용해 인류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고 창조적 자본주의를 화두로 던졌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업 활동을 통해 돈도 벌고 자선사업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창조적 자본주의를 이끌어갈 주체는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비즈니스와 자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진화할 때 비로소 '창조적 자본주의' 시대가 활짝 열릴 거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기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1975년 '삼구통상'으로 출발한 ㈜삼구(회장 박종구 www.samkoo.net)가 바로 그 중 한 곳이다.
㈜삼구는 2000년 12월 삼구복지재단을 설립한 후,단계적으로 복지재단 운영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삼구의 박종구 회장은 복지재단을 설립하며 50억원이라는 거액을 전액 현금으로 재단에 출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복지재단을 운영하는 ㈜삼구의 설립과정을 훑어보면 변화와 성장의 연속으로 점철돼 있다.
실크의류 사업으로 초석을 다진 ㈜삼구는 1990년대 초 무렵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변화를 모색한다.
1994년 홈쇼핑 프로그램 사업자로 선정된 이 회사는 그해 8월 첫 전파를 타면서 국내 최초의 'TV홈쇼핑' 개척자로 기록된다.
홈쇼핑 업계의 맏형격인 '삼구쇼핑'을 탄생시킨 것. ㈜삼구는 이후 '제일방송' 인수,'39텔레마케팅' 설립,전자상거래 업체 'i39' 설립 등 잇따른 사업 확장으로 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성장의 정점에 섰던 2000년 ㈜삼구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모기업만 남기고 삼구쇼핑을 비롯해 계열사 5개를 2000년 5월 제일제당그룹에 넘긴 것.그리고 그 해 말에 삼구복지재단을 설립했다.
40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박 회장이 자신의 철학을 본격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재 ㈜삼구는 삼구복지재단을 중심으로 CSTV,삼구와인,부동산 관련 해외법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해외법인은 '삼구퍼시픽','삼하우스 디벨로먼트', '삼구하와이 디벨로먼트' 등 총 3개의 계열사로 이뤄졌다.
현재 이 회사들은 하와이의 최고 도시개발계획권인 오아후섬 중심에 콘도 및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지는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와 인접해 있으며, 와이키키 해변까지 걸어서 5분 거리다.
이 일대는 금융,문화,상업이 모인 최고의 노른자 지역으로 반경 10㎞ 안에 오아후섬 전체 인구의 31%가 거주하고 있다.
㈜삼구는 이곳에 대지 5179㎡와 5761㎡를 매입해 각각 콘도와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해외법인의 지주회사 격인 삼구하와이 디벨로먼트는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사업계획 및 자금경영,조직관리 등을 맡고 있다.
㈜삼구의 해외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레저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하와이는 첫 출발지인 셈이다.
그 밖의 계열사인 CSTV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과 영화음악채널 'STC' 등의 국내 방송을 총괄하고 있으며,삼구와인은 세계적인 와인메이커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삼구의 계열사 규모는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과거에 비해 단촐한 편이다.
하지만 삼구복지재단의 외형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2002년 11월 20억원을 재단에 추가로 출연했다.
또한,고려대학교 발전기금으로 120억원을 기부했다.
삼구복지재단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7월부터 9월에 걸쳐 소년소녀가장 255명,저소득층 자녀 치료비 7명,독거노인 68명,장학금 14명 등을 지원했다.
㈜삼구는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지 그 롤 모델을 선도적으로 서서히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삼구의 이런 노력은 '창조적 자본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할 작은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