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신세계 이마트가 조선호텔에서 PL(private labelㆍ유통업체 자체 상표) 신상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했을 때의 일이다.

간담회 끝 무렵,예정에 없던 건배 제의 요청이 들어오자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인 듯 칠레산(産) '1865'를 주문했다.

"참 재미있는 와인입니다.

18홀까지 65타를 치라는 의미로 라벨을 읽기도 합니다만 저는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이마트 PL 고객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1865'를 마시고 싶습니다."

'몬테스알파'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1865'는 칠레산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이다.

외우기 쉬운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

본래 '1865'라는 브랜드는 이 와인을 제조한 산페드로사의 설립 연도에서 따왔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저마다의 별명을 붙이며 '1865'에 열광했다.

'1865'를 '골프 와인'이라 부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널이 골프 클럽하우스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긴 하겠지만 예상 밖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1865' 마니아라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약하는 젊은층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1865'는 단연 화젯거리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최대 와인 동호회인 '와인 카페'에서는 '1865와 도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한창 회자됐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고가 와인이 즐비한 한 와인 애호가의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없어진 것은 수백만원짜리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들이 아닌 '1865'뿐이었다는 것.며칠 후 그 도둑은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경찰에 잡혔다.

가관인 것은 그가 올린 광고 문구."정말 비싼 와인을 조심스럽게 판매합니다.

와인 라벨에 적힌 생산 연도가 오래될수록 비싼 건 아시죠? 이 와인은 무려 150년이 다 되어 갑니다.

1865년도에 나왔거든요.

이 와인을 정말 저렴한 가격 100만원에 판매하겠습니다."

그렇다고 '1865'의 장점이 쉬운 이름뿐인 것은 아니다.

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와인 중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여러 포도 품종을 섞지 않고 한 가지 품종만으로 만든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종류는 카베르네 소비뇽,쉬라,말벡,카르미네르 등이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