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택 경매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웬만한 경매 물건은 3분 만에 팔리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일부 주택건설 업체들은 경매 방식으로 주택을 분양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주택경기 침체는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란 속설을 실행토록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 경매는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싼값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미 각광받아 왔다.

최근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압류당하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경매시장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경매 물건이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가격은 싸지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주말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경매 현장을 22일자에서 소개했다.

지난 20일 미니애폴리스 컨벤션센터에서는 압류된 주택 340채를 경매하는 이 지역 역대 최대의 압류주택 경매가 실시됐다.

낙찰가의 5%만 있으면 누구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경매 시작 전에 이미 700여명이 운집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매 물건도 다양했다.

시초 가격이 1000달러인 침실 3개짜리 주택이 있는가 하면 72만9000달러짜리 대저택도 나왔다.

경매는 대성공이었다.

몇몇 주택은 시작한 지 3분 만에 팔려 나갔다.

이틀 동안 전체의 85%가 새 주인을 찾았다.

이날 경매에서 "사진만 보고 방 4개짜리 집을 14만5000달러에 구입했다"는 브라이언 카일은 "시가보다 충분히 싸게 구입한 만큼 임대로 운영하다 집값이 오르면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경매시장이 뜨거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값이 싸기 때문이다.

뉴저지주의 경우 주택 중간 가격은 37만달러 수준이다.

지난 1년 동안 경매를 통해 팔린 3500채 집의 평균 낙찰가는 24만달러였다.

집의 크기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중간 가격보다 35%나 싸다.

더욱이 최근엔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서 낙찰가도 내려가는 추세다.

늘어나는 압류주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하루빨리 압류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시초가를 낮게 잡고 있다.

따라서 잘만 고르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매가 인기를 끌자 미분양에 시달리던 주택건설 업체들도 입찰식 경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분양된 주택을 경매에 부쳐 처분하는 방식이다.

워싱턴 지역의 주택건설 업체인 라일앤드홈스는 이 방식을 통해 주택분양 실적을 40%가량 늘리는 효과를 봤다.

그렇지만 경매 열기가 주택경기 전체로 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수요자들이 경매 주택에 몰릴 경우 정상적인 매물은 더욱 소화되기 힘들다.

또 경매로 집을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이어서 집값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이 또 다른 채무불이행자가 될 가능성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절호의 내집마련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압류주택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주택 경매시장의 열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