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인선에서 상하이방(상하이 출신의 정치세력)과 태자당(국가원로의 자제 집단) 등이 다수 진출,집권 2기에서도 집단지도체제로의 정국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식 동거정부(?)=이날 선출된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당 중앙위원회 명단에는 쩡칭훙 국가부주석과 우관정 및 뤄간 등 3명이 빠졌다.
이들은 중앙위원이 뽑는 최고 권력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다.이들과 사망한 황쥐를 포함해 교체될 상무위원 네 자리에는 시진핑 상하이시 당서기,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허궈창 당 중앙조직부장,저우융캉 공안부장의 진입이 유력하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허 부장과 저우 부장은 태자당의 구심점인 쩡 부주석의 직계로 알려져 있다.
쩡 부주석은 상하이방의 핵심이기도 하다. 후 주석과 대립하는 세력의 간판인 셈이다. 쩡 부주석은 상무위원에서 물러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신이 퇴진하더라도 허 부장이나 저우 부장 같은 자파 세력을 중용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다.허 부장은 당내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저우 부장은 치안과 정보를 담당하는 중앙정법위 서기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쩡 부주석의 영향력은 살아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고 권력지도부인 상무위원에 후 주석의 직계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은 리커창 외에는 없게 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프랑스식 동거정부와 같은 모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후계지위 선점=권력 분점은 후계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전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시진핑 상하이시 당서기다.
그는 당초 상무위원의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전대가 가까워오면서 상하이방에서 그를 강하게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권력서열 5위인 국가부주석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전인대 부위원장을 지낸 시중쉰의 아들로 태자당이다.
그러나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으면서 상하이방의 강력한 지원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을 이을 인물로 평가받던 리커창은 서열 6위의 부총리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권력구도 자체가 이제 1인 카리스마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차세대 지도자를 지명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며 "두 사람은 여전히 경쟁 관계이며 동등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이념이 된 과학적 발전관=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포함된 과학적 발전관은 인본주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근간으로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분배구조의 개혁과 환경문제 등을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성하자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노선의 방점은 '성장'에서 '분배와 성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 주석이 집권 1기 때 이미 과학적 발전관을 내세우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 틀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학적 발전관의 실제 구현 모델인 조화사회에 대한 언급이 이번 전대에서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성장 우선의 노선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