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영국인 금융사업가가 북한에서 '큰손' 대접을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내에서 최근 다양한 활동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은 조니 혼(35)이라는 화교.

그는 2년 전 북한에서 합작은행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북한 당국에 거금을 쾌척해 '국제 김일성 기금'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부상은 북한이 5년 전 네덜란드 화교 양빈을 신의주 특구 장관에 앉히고 외자 유치를 시도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조선중앙통신은 조니 혼 글로벌그룹 회장을 국제 김일성 기금의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행사가 1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으며 축하연에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국제 김일성 기금은 주체사상을 홍보하기 위한 자금으로,혼 회장이 북한 당국에 헌납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그를 명예교수에 임명하고 경제학 명예박사도 수여했다.

혼은 홍콩에서 태어나 13세에 영국으로 유학간 후 정착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를 졸업한 후 케임브리지에서 정신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1998년 금융회사인 글로벌그룹을 설립했다.

그는 개인 홈페이지(www.johnnyhon.com)를 통해 글로벌그룹이 4개 대륙에서 금융 부동산개발 교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레저스포츠 게임 통신 광산 생물공학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 연간 10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린다고 밝혀놨다.

자신에 대해서는 "4개국 정부에 공식 직함이 있고 대통령과 총리급 지도자들에게 자문도 해주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홍콩 ABN암로에서 근무한 것으로 돼 있지만 박사학위까지 합쳐 공부한 기간이 길어 사실상 졸업 후 바로 창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혼이 북한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당시 방북해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허명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장 등을 만난 후 이듬해 북한 고려은행과 합작으로 외국 법인을 상대하는 고려-글로벌 신용은행을 설립했다.

우리 정부는 그가 북한에 은행을 두고,북한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 하는 외국회사를 상대로 금융컨설팅과 대부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적인 인맥과 자금 조달 능력을 내세워 외자 유치를 원하는 북한 당국의 신임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는 양빈과 비슷하다.

혼이 접촉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허 부장은 5년 전 북한이 양빈과 손잡고 신의주 특구를 추진할 때 북측 대표단 부단장을 맡은 인물이다.

북한은 혼을 통해 외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의주 특구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도모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