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69)를 중심으로 국내외 지성들의 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1968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백씨가 참여한 좌담,대담,토론,인터뷰 등을 선별해 담은 '백낙청 회화록'(전5권,창비)이 그것.

염무웅,임형택씨 등으로 구성된 간행위원회는 백씨의 회화 중에서 문헌적인 가치가 높은 것을 선별해 시기 순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는 백씨의 실천적 이론 정립 과정뿐 아니라 133명에 달하는 국내외 지식인들의 사상적인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특히 1980년 비상계엄 하에서 당국에 의해 삭제된 좌담 기록 '1980년대를 맞이하여'를 비롯해 외국 지면에만 실렸던 글들이 공개됐다.

1권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젊은 백낙청이 사회와 문학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주체적인 문학 비평을 펼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1980년 중후반 독재정권 집권기를 배경으로 한 2권에서는 당시 정치 체제가 갖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고민이 드러난다.3권에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회화의 소재가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환경 문제에서 동아시아 역사와 한국 문학의 연관성까지 사회와 문단을 종횡무진하는 그의 활동이 엿보인다.

4권과 5권에서는 그의 사상들이 체계화되고 정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여기서 분단체제의 세계사적 의미를 되짚으면서 이것이 6·15 공동선언 이후 해체기에 들어갔음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백씨는 이번 책을 내면서 "분단과 독재,갖가지 식민성에 시달리면서도 자주력과 민주주의를 키워온 지식인들과 문학인들의 치열한 이바지에 주목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나 또한 내 나름으로 연마하고 분투한 기록이니 만큼 그 자부심을 숨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