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도 고려…기존 법대 체제 그대로 고수"
무더기 탈락 예고에 대학들 `혼란 극심'…평등권 침해 헌소 제기 움직임

사건팀 = 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을 2009년 첫해 1천500명, 2013년까지 2천명까지 증원하는 것으로 확정한 데 대해 대학들은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이기수(고려대 법대 교수) 회장은 "말도 안 되는 숫자"라며 "월요일 법과대학장협의회와 조찬 논의를 했는데 2천500명 선 아래로 내려가면 로스쿨 신청 자체를 거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보다도 훨씬 적은 1천500명이라니 곧 대응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시민단체로 구성된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를 개최해 로스쿨 신청 보이콧을 포함한 대응책 마련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이 회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로스쿨 총 정원을 2천5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국회에서 잘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만약 정원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로스쿨 제도 자체를 거부하고 기존 법과대 체제를 고수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이성환 법과대학장은 교육부 보고에 대해 "정말이냐. 믿기지 않는다"며 "최근 비대위에서 결의한 내용 중에 로스쿨 신청에 대한 보이콧도 있다.

대학 내부의 의견을 모아 공식 입장을 결정해야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대위 결의에 따라야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법무부는 법조계를 대표하고 대법원은 사법부를 대표하고 교육부는 교육계 현장을 대표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오히려 다른 부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로스쿨 취지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원을 정해야지 밥그릇 싸움과 힘겨루기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무부학장은 "총정원 제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교육부가 발표한 정원은 더욱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나치게 법조인들의 입장을 반영한 숫자다"라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이승우 법과대학장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로스쿨 도입 취지가 법조인 수를 늘려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력있는 변호사를 배출하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숫자가 어느정도 돼야 한다.

학교 경영상 소수의 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과목 개설이 불가능한데 내실있는 법조 교육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화여대 김문현 법대 학장은 "법조계 입장만 대변해 정원을 정할 거라면 왜 교육부가 로스쿨제도를 시행하려는지 알 수 없다.

사법개혁은 종래 법조계를 개혁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인데 기존 법조인 배출 숫자에 맞추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고 비난했다.

중앙대 장재옥 법대 학장은 "정원 제한은 로스쿨 도입의 근본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조치다.

망국과 매국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5년 내 한미 FTA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의 법률서비스가 물밀듯 들어올텐데 우리는 기존 변호사들의 이해관계에 발이 묶여 경쟁력있는 변호사를 배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연세대 홍복기 법대학장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인원이다.

정부가 제대로 로스쿨을 운영할 의지를 가진 것인지 의심케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변해철 법과대학장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비대위 차원에서 로스쿨 인가 신청을 거부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나친 총 정원 제한에 따라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게 돼 커다란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숙명여대 박정구 법학부장은 "1천500명으로 정원을 묶는다는 것은 로스쿨 도입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를 물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그 동안 교수 영입과 시설확충 등 로스쿨을 준비해오던 많은 대학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무부학장도 "문제는 로스쿨 교육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대학들이 인가 과정에서 무더기 탈락하면서 빚어질 여파다.

해당 대학의 교육이 파행을 겪을 우려도 있고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해 법적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한양대 로스쿨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현 교수는 "이렇게 숫자가 적다니 로스쿨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대부분 학교들이 로스쿨 준비를 위해 시설투자와 교수인원 확충에 힘썼는데 이렇게 정원이 줄게 되면 교수들이 수업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희대 이상정 법과대학장은 "이 정도 수준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로스쿨 도입 준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현행 사시 합격자 1천명 선을 굳히자는 것인데 한마디로 변협의 승리다"라고 비꼬았다.

반면 고려대 박노형 교무처장은 "총 정원 문제는 로스쿨 인가 대학 숫자와도 연결되지만 로스쿨 졸업생이 어느정도 비율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사회단체들 주장대로 3천~4천명이 된다면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 합격률은 50%선에 그칠텐데 그렇게 된다면 로스쿨이 전반적인 법학교육보다는 시험에만 몰입하는 학원이 돼버린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